국민의힘 송석준 의원(3선·경기 이천시)이 12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도중 텅 빈 본회의장에서 돌연 큰절을 했다.
지난해 12월 3일 자당이 배출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서다.
송 의원은 앞서 전날 오후부터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 가운데, 곽규택·김재섭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세 번째 주자로 단상에 섰다.
이날 오전 0시 32분쯤 마이크를 잡은 송 의원은, 최근 비례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동료 인요한 의원을 먼저 화두로 올렸다.
앞서 인 의원은 지난 10일 "오직 진영 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본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계엄사태를 직접적으로 사과하진 않았지만 "윤 정부의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지고 있는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며 사죄의 뜻을 내비쳤다.
송 의원은 인 의원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또 "여야 모두 이것은 단순히 남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22대 국회의원 전원 사퇴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가장 겸손하고, 가장 품위 있는 모습으로 의원직을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이어 "(여야가) 서로를 탓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비상계엄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서로 '너 잘났다', '나는 잘했다'라는 식의 인식에 대해 정말 뼈저리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될 그런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이내 "저의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기 전 먼저 국민들께 큰 절로 사죄의 마음을 표하겠다"며, 단상 뒤로 물러나 무릎을 꿇고 한 차례 큰 절을 했다.
송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43분까지 약 10시간 11분 동안 토론을 진행했다. 그는 계엄 1년을 맞은 이달 3일,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함께한 '연명 사과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