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에서 이렇게 먹나요?"…말레이 한류박람회 수출 '잭팟'

쿠알라룸푸르=박희원 기자

"이 볼캡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건가요(Is this ballcap directly from Korea)?"

"이 라면 진짜 한국 라면인가요(Is this authentic Korean ramen)?"


지난 12일(현지 시간) 쿠알라룸푸르 인근 선웨이피라미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류박람회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진짜(authentic)'였다. 방문객들은 "진짜 한국 제품이냐", "진짜 한국에서는 이렇게 입고 먹느냐"고 연신 물었다.

K-콘텐츠의 인기가 K-소비재 구매로 직결되는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현장이었다. 덕분에 박람회 참여 업체 102곳은 현지 바이어들과 39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액수로는 857만5천 달러 규모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수출 잭팟'을 터뜨렸다.

제니 모자, GD 응원봉…'메이드 인 코리아' 고집


코트라 한류 박람회는 중소·중견 기업의 소비재를 알리고 수출 판로를 뚫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한 차례 이상 세계 각지에서 25차례 개최됐다. 올해에는 프놈펜, 알마티, 뉴욕에 이어 쿠알라룸푸르까지 4차례 열렸다.

말레이시아로의 소비재 수출은 지난해 대비 14.1% 증가해 10대 소비재 수출국 중 두번째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케이팝이 말레이시아 대중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것에 따른 효과다.

쿠알라룸푸르 한류 박람회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곳 역시 케이팝 관련 제품들을 파는 곳이었다. '딜리버드 코리아'는 해외에 거주하는 현지 소비자가 한국 제품을 쉽게 구매하고 배송받도록 돕는 전문 플랫폼으로, 이번 박람회에서는 케이팝 굿즈를 포함한 정품 한국 상품을 공수해 와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말레이시아 '젠지(Z세대)' 팬들을 사로잡은 건 한국에서 건너온 응원봉이었다. 응원봉은 단순한 응원 도구를 넘어 케이팝 팬덤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지드래곤이 디자인한 데이지봉이 필수 소장품으로 꼽힌다.

쿠알라룸푸르=박희원 기자

아이다(25)씨는 "한국 응원봉을 따라만든 값싼 중국산도 있지만, 오늘 콘서트에는 꼭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응원봉을 갖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블랭핑크 제니 등 유명 가수들이 입어서 유명해진 패션 아이템들도 인기였다.

아이나(19)씨는 "한국 옷이나 패션 아이템을 따라서 만든 것 말고 진짜 한국에서 가져온 것들을 살 수 있어서 좋다"며 판매 직원에게 거듭 한국에서 직접 공수한 게 맞냐고 묻기도 했다.

K-패션은 화장품이나 식품처럼 전통적으로 많이 수출되는 품목은 아니지만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수출업계에서는 4대 소비재 수출품(화장품·의류·의약품·생활용품)의 비중이 5년 안에 10%대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크다.

전통 강호 K-뷰티와 한강라면집도 북새통

수출 효자 품목인 화장품과 식품 코너에도 발길이 몰렸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 노출되면서 알려진 '한강라면' 부스엔 더더욱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라면을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문화를 잘 공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문객들은 직접 라면을 끓이면서 "한국에서 정말 이렇게 라면을 끓여먹느냐", "한국에서 먹는 맛과 똑같느냐"고 묻기도 했다.  

불닭볶음면, 김, 떡볶이 등 이미 현지 편의점에서도 인기인 품목은 물론, 이슬람 문화에 맞춰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들도 무슬림 방문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화장품 코너 역시 붐볐다. 메이크업을 위한 화장품이 아닌 피부 관리 기능이 강화된 '스킨 케어' 제품들이 많아서 좋다는 게 공통된 평이었다.

엄마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아미라(18)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한국 화장품들을 좋아했다"며 "제주도 천연 성분을 쓰는 게 다른 화장품들과 다르다. 매우 건강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소비재 급성장…수출 1조 달러 시대 '청신호'

한국 소비재 수출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해 1~8월 기준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하며 102억4800만 달러, 화장품 수출액은 12.2% 증가한 94억19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이었던 한국 수출의 포트폴리오에 소비재가 추가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자동차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국 수출은 글로벌 경기 변동과 IT 사이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소비재는 글로벌 경기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강점이 있다.

정부에서도 전략적으로 소비재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만 한류 박람회를 4차례 개최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코트라는 내년 신규 사업으로 492억원 규모의 '유통기업 해외 진출 지원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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