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류매장 턴 '만취 라쿤'…굿즈 만들어 팔았더니 '대박'

동물 보호소 "만취 라쿤 굿즈 판매로 3억 원 수익"
보호관 "해당 라쿤 숙취 해소 후 방생, 교훈 얻었길"
주 당국, 이 사건 영감 얻어 3종 칵테일 레시피 공개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류 매장에 침입한 후 술에 취한 채 발견된 라쿤(왼쪽)과 동물보호 기금 마련을 위한 굿즈인 '만취한 판다(trashed panda)'(오른쪽). USA투데이 제공

미국의 한 주류 판매점에 침입해 매장에서 술을 마신 후 만취한 채 발견됐던 라쿤이 지역 동물보호소에 막대한 기부금을 안겨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주 해노버 카운티(Hanover County) 동물보호소는 이른바 '만취 라쿤' 사연을 담은 굿즈(기획상품) 판매로 이날까지 21만 2천 달러(약 3억 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

이 라쿤은 지난 11월 29일 새벽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의 한 주류 매장 천장을 뚫고 침입해 술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기절한 채 발견됐다.

이 사연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고, 미 NBC 방송의 간판 코미디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서 소재로 다뤄질 만큼 화제를 모았다.

동물보호소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술병 옆에 널브러진 라쿤의 모습을 담은 티셔츠, 후드티, 텀블러 등을 제작해 판매에 나섰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라쿤의 별명(Trash Panda)을 비틀어 '술 취한 판다'(Trashed Panda)란 이름으로 판매된 이 굿즈는 13일 기준, 21만 2천 달러의 판매고를 올렸다.

라쿤이 침입 후 난동을 부린 미 버지니아 주의 한 주류 매장. 다수 위스키 병이 깨진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연합뉴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사만다 마틴 동물보호관은 지난 11일 지역 팟캐스트 '히어 인 해노버'(Hear In Hanover)에 출연해 "라쿤이 건물에 침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방송에서 마틴 보호관은 "이번이 세 번째 침입으로 추정된다"며 "이 라쿤은 이전에도 같은 상가 내 가라테 도장에 들어간 적이 있고, 차량국(DMV) 사무실에 침입해 간식을 훔쳐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라쿤을 수용한 보호소 측은 구조 당시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라쿤이 술을 깨고 회복한 뒤 처음 발견된 상가 인근 숲으로 돌려보냈다고 USA투데이에 전했다.

보호소 측은 보호 기간 동안 이 라쿤을 살처분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마틴 보호관은 팟캐스트에서 "라쿤이 사람을 물 경우 광견병 검사를 위해 안락사 조치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절대 라쿤을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 녀석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저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뿐"이라며 "블랙 프라이데이에 술 한두 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녀석이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만취한 라쿤이 발견된 시기는 미국 최대 유통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 바로 다음 날이었다.

수익금은 낡고 협소한 보호소 시설 개선과 유기 동물 관리에 쓰일 예정이다. 마틴 보호관은 "우리 보호소는 매우 낡았고, 카운티 인구가 급증하면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굿즈 구매자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미국 버지니아 주 알코올 음료 통제국(ABC)도 지난 7일 '라쿤의 만취 소동'에서 영감을 받아 '라이 라스칼 사워'(Rye Rascal Sour), '트래시 판다 올드 패션드' 등 3종의 칵테일 레시피를 공개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