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환율까지…서학개미 매수세 주춤

코스피가 장중 4천 선 아래로 내려간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AI 거품론이 재점화되고,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움츠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를 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12월 둘째 주 동안 2억2828만달러를 순매수 결제했다. 이는 일주일 전 10억785만달러 순매수와 비교해 77% 감소한 것이다.

11월 마지막 주 순매수 결제금액이 14억699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더 큰 폭의 감소다.

이같은 배경에는 먼저 고환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1469.9원이었는데, 지난 12일은 1473.7원이었다. 12월 첫째 주만 해도 종가 기준 단순 평균으로 환율은 1470원 아래 머물렀지만, 지난주에는 이를 올라섰다.

미국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에도 오라클과 브로드컴의 실적에서 수익성 우려가 부각되며 이른바 'AI 거품론'이 재점화된 것도 매수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위험 회피 심리가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증시가 전반적인 하락세이고, 특히 AI 관련 주들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다만, 이달 들어 첫째 주와 둘째 주 모두 순매수 결제금액 1위는 최근 호실적 발표와 함께 AI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차지했다.
 
일부 서학개미들은 저가 매수에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한 오라클이 12월 둘째 주 순매수 2위(7916만달러)에 자리했고, 오라클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ETF도 10위(3060만달러)에 위치했다.
 
키움증권 한지영·이성훈 연구원은 16일 보고서에서 "오라클, 브로드컴 실적 이벤트를 거치면서 AI 성장 불안이 재점화되고 있다는 점도 최근 변동성을 확대시켰던 요인이지만, 주요 해외 기관들이 목표주가를 상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대부분 모두 AI 수요 호조, 수주 잔고 확대, 마진율 둔화에도 전체 총이익 증가 가능성 등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 조정의 강도는 과한 측면이 존재하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AI, 반도체주들의 주가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현 시점에서 AI주의 주도주 이탈에 베팅하기 보다는 18일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이벤트를 치르면서 AI 내러티브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베이스 경로로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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