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춘천고등학교 학생 항일운동인 '상록회 사건'을 조명하고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강원 학생독립운동 기념관 설립을 기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춘천고 청춘회(회장 윤보한)와 총동문회(회장 김경수)는 지난 15일 춘천고교 교내 음악실에서 '강원 학생독립운동 기념관 설립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춘천고 개교 10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잇는 자리로 춘천고 교정에 건립될 '강원학생독립운동기념관'의 청사진을 그림과 동시에 교내 항일 비밀결사 '상록회'의 가치를 재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은 이상철 춘천고등학교 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기조 발제는 김헌 춘천학연구소 학예연구사가 '일제강점기 춘천고등학교 학생 항일운동의 역사적 의의'를 주제로 당시 학생들의 조직적인 항일 투쟁사와 상록회·독서회의 활동을 학술적으로 체계화해 발표했다.
지정 토론에서는 신상진(상록회 회장 故 신기철 선생 자제), 김용갑 춘천시의원, 진유정 강원CBS 보도팀장, 정민엽 강원도민일보 기자가 패널로 나서 기념관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과 독립운동 정신의 계승 교육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윤보한 청춘회 회장은 "이번 포럼은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암울한 시대에도 굴하지 않았던 춘천 학생들의 36.5도 뜨거운 애국심을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기억의 플랫폼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김용갑 춘천시의원은 "강원 학생독립운동 기념관은 건립 자체보다 이후의 운영과 재정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기념관이 생기면 운영비와 인건비, 관리비 등 사업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강원도교육청과 춘천시가 함께 관련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춘천에 생명과학고를 중심으로 한 3·1운동의 역사와 1937년 춘고 상록회·독서회 활동, 춘천여고 소녀상 건립 등 풍부한 학생독립운동의 역사 자산이 존재한다"며 "이제는 이를 개별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춘천의 학생독립운동을 총체적으로 관리하고 계승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럼 마지막 인사에서 이상철 춘천고등학교 교장은 "상록회는 지식을 행동으로 옮겼던 춘천고 학생운동의 역사"라며 "그 정신을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세대가 어떤 시민으로 성장해야 하는지를 묻는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춘천고 '상록회'는 1937년 춘천고보 학생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항일 비밀결사다.
당시 학생들은 심훈의 소설 상록수에서 영감을 받아 조직명을 정했고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말과 역사를 지키는 저항을 전개하다 수많은 학생이 투옥되는 고초를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