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지역 곳곳에 서려 있는 민주화와 인권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도내 주요 현장 5곳에 안내판을 설치했다.
전북도는 도민과 함께 지역 인권의 역사를 공유하고 현장 중심의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북 인권역사현장 안내판' 설치를 완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안내판이 들어선 곳은 전북대학교(이세종 열사 산화 현장, 4·19혁명 진원지) 2곳과 전주남문교회, 전주고등학교, 신흥고등학교 등 총 5곳이다. 이 장소들은 일제강점기부터 군부독재 시절에 이르기까지 전북 지역의 저항 정신과 인권 수호 의지가 집약된 공간들이다.
먼저 전북대 내 '이세종 열사 산화 현장'에는 1980년 5월 17일 계엄군의 학교 진입을 알리다 희생된 이세종 열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이곳은 국가폭력의 비극과 인권 침해의 아픔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같은 학교 구정문 인근의 '4·19혁명 진원지'는 1960년 전국 대학 최초로 부정선거 규탄 시위가 시작된 곳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중요한 출발점임을 알리고 있다.
종교계의 민주화 운동 중심지였던 '전주남문교회'에도 안내판이 세워졌다. 이곳은 1970년대 유신체제에 맞서 은명기 목사 연행 사건과 인권선교 활동 등이 이어진 상징적인 장소다.
지역 고등학교들의 항일·민주화 역사도 재조명됐다. '전주고등학교'는 일제강점기 동맹휴학부터 4·19혁명, 유신 반대 시위에 이르기까지 학생과 교사가 함께한 인권 운동의 역사를 담고 있다. '신흥고등학교'는 1919년 3·1만세운동 주도와 신사참배 거부로 인한 폐교, 1980년 5·27 민주화운동 등 식민지배와 독재에 저항해 온 교육 공동체의 역사를 기록했다.
새로 설치된 안내판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배경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특히 안내판에 삽입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전북특별자치도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어, 해당 장소에 대한 상세 자료와 멀티미디어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전북도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도민과 학생들이 교과서 밖 현장에서 생생한 역사를 접하고, 일상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도 김미숙 인권담당관은 "전북 인권역사현장은 도민의 인권 의식과 사회 변화의 과정이 축적된 소중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고 인권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