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내 삶을 통째로 바꾸는 변화…NDC가 뭐길래 ②물·바람·태양에서 얻는 전기…NDC 달성의 핵심 ③제조업 설비 다 바꿔야…수출경제 최대 난제 ④전기차 타고 난방·온수는 히트펌프로…소비자 선택도 중요 ⑤나무 심고, 쓴 거 또 쓰고…일상의 '녹색전환' (끝) |
기후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산업·경제·사회 전 부문의 녹색대전환(K-GX, 한국형 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선언적으로 발표한 △무탄소 전원으로의 '에너지 전환' △무탄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생산 설비·공정 전환' △자동차나 선박 등 이동수단은 물론 냉난방과 온수처럼 곳곳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도 모두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하는 '일상의 전환'을 실행할 방안과 재원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지난 2018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엔 40%까지, 2035년엔 53~61%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기반을 닦는 것이다.
일상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방법은 다양하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지난 8월 발표한 '1.5°C 라이프스타일 1년의 기록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5개 생활영역(주거, 교통, 먹거리, 소비, 여가)에서 한국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인당 평균 9.46t으로 나타났다. 주거가 3t으로 가장 높고, 소비와 교통이 각각 1.9t, 먹거리 1.47t 순이다. 구체적으로는 항공기 이용 시간과 주거 면적, 내연기관차 이용, 여행과 외식 빈도, 의류 구매량 등이 주요 배출 요인이다.
플라스틱 줄이고 쓰레기 매립지 메탄가스도 에너지로
석탄발전이나 제철소, 자동차 배기가스만큼 배출량이 크진 않지만, 폐기물 처리와 전통적 농축수산 방식의 변화를 통해서도 저감할 수 있다.기후부가 NDC를 설정하면서 계획한 폐기물 분야 2035년 배출량 목표는 지난해(1750만t) 절반 수준인 900만~920만t이다. 2018년 배출량은 1950만t이다. 가장 중요한 감축방안은 폐기물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자원순환 관리제도, 순환자원 인정 확대 등을 통해 재활용을 촉진하고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할 대안을 늘려본다는 방침이다. 매립지에서 메탄가스를 회수해 에너지로 바꿔 발전, 난방, 산업용 연료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탈플라스틱 로드맵도 마련한다. 생산 후 폐기하던 방식에서 생산량 자체를 줄이고 재활용을 늘려 '감량-지속가능한 생산-재활용'할 방안을 모색한다. 감량 방안으로는 일회용품 줄이기와 다회용 서비스 확대, 지속가능한 생산 방안으로는 K-에코디자인(자원효율등급제)을 확대한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도 강화하는 추세다. 생산자가 자신에게 부과된 재활용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낸 분담금으로 재활용을 지원하는 건데, 점점 대상 품목이 늘며 새해부터는 플라스틱 완구류도 분리배출이 가능해진다. 생수 등 음료 판매에 일반적인 페트(PET)병도 재생원료 사용 비중을 늘려간다.
농업에서도 벼 모내기 후 한 달간 논물을 깊게 댔다가 얕은 물로 걸러대기를 반복하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소(N)질 비료 사용을 줄이는 것도 친환경 영농에 해당한다. 축산업에선 가축분뇨를 정화하거나 바이오가스·고체연료로 전환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한다. 이렇게 해서 농축수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2760만t에서 지난해 2560만t으로 줄였고, 2035년엔 1950만~2천만t까지 줄인다는 방침이다.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줄이는 게 기후협약과 NDC 기본 취지이긴 하지만,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할 땐 흡수량을 늘려 순배출량을 줄인 것도 감축으로 본다. 한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가 선언한 넷제로, 2050년 탄소중립도 총배출량(+)과 흡수량(-)이 0이 되면 달성 조건을 충족한다.
한국의 2018년 흡수량은 4160만t에서 지난해 4020만t으로 줄었는데, 70~80년대 대규모 조림으로 산림의 나이도 당시로 집중된 터라 시간이 가면서 흡수량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이 감소 속도를 늦춰 2035년엔 3830만~3930만t까진 흡수해본다는 게 2035 NDC에서 정한 흡수원 부문 목표다.
이를 위해 과거의 '나무심기 운동'이 돌아온다. 전 국민 1인 1그루 심기 운동 등을 통해 신규조림을 추진하고, 도시숲과 공원녹지를 조성해 생활공간에서 탄소흡수원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 활동을 인증하고 현금포인트를 지급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의 인정 활동으로도 나무심기 항목이 내년부터 추가된다. 기존에 있던 산림도 보호활동을 강화하고 전용(轉用)을 줄인다.
목재 활용도 확대될 전망이다. 목재는 같은 부피를 생산할 때 소요되는 에너지가 알루미늄의 791분의 1, 철강에 비해선 191분의 1로 에너지 투입을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소재'로 꼽힌다. 프랑스의 경우 2030년부터 공공건설 자재의 25% 이상을 바이오소재 등으로 사용토록 하는 규정을 둔 데 착안, 목조건축법을 제정해 목조건축물 활성화도 지원한다.
생활 양식 전반의 구조적 변화…경제성장 방식도 바꿀까
'문명(文明)'이란 단어의 의미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라고 풀이한다.
현대 문명의 뿌리는 어디일까. 영국에서 1712년 토머스 뉴커먼이 석탄을 태워 발생한 에너지로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1769년 제임스 와트가 석탄 사용량을 4분의 1로 줄인 개량형 증기기관 특허를 내면서 '산업혁명'이 시작했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석탄으로 공장의 기계를 돌려 대량생산을 하고, 농촌에서 도시로 모여들며 사회 구조가 변하는 '산업화'를 거쳤는지는 최근까지도 선진국(Developed country Parties)과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 Parties)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파리협정 이전 기후대응 체제인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속서I국가(선진국)만 부담토록 한 것도 그래서였다.
한국은 교토의정서 체결(1997년) 1년 전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채택(1992년) 당시 개도국으로 분류됐다는 이유로 교토체제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비(非)부속서I국가로 묶여 고전적 산업화 경로를 계속 밟을 수 있었다. 그 결과, 2008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10위권의 다(多)배출 국가로 올라섰다.
영국은 지난해 9월 잉글랜드 노팅엄셔에 위치한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Ratcliffe-on-Soar) 가동을 끝으로 142년의 석탄발전을 종식했다. 1980년대 전체 발전량의 80%를 석탄으로 충당했지만 1992년(UNFCCC 채택)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이 공식화된 이래 감축 노력을 지속,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가까이 끌어올린 뒤 조기 탈석탄을 실현한 것이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엔 경제 전반에 걸친 절대량 배출 감축을 요구하고, 개도국엔 경감 노력을 하다가 점점 감축으로 나아갈 것을 장려하며, 최빈국(The least developed countries)과 작은 섬나라(small island developing States)엔 자국 상황에 맞는 저배출 개발전략을 준비해달라고 제안(may prepare)했다.
교토체제 땐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이 컸지만, 이제 분위기가 달라진 모습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라오스는 최근 몇 년 새 수력발전 의존도(약 80%)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리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전기차 보급에 속도(2022년 1400대→2024년 7천→2025년 8천→2030년 1만 5천여 대 전망)를 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베트남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 추세보다 15.8% 줄이고,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다면 43.5%까지도 줄여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3.0)를 발표하며 국제사회에 감축 기술·산업 투자를 요청했다. 재생에너지, 전력망, 전기차 등 저탄소 산업을 일으켜 경제를 성장시키고 싶다는 게 이들 국가의 포부다. 중국은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앞질러 가는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조금 먼저 산업화한 국가의 어젠다와 다르지 않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K-GX 의미에 대해 "한국이 석탄을 쓰는 산업혁명 이후의 문명, 영국과 미국 중심의 탄소문명에서는 조금 뒤늦게 따라갔다면, 탈석탄·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하는 녹색문명의 시기는 선도해 보자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