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내괴' 당했는데 비밀유지서약 요구…"명백한 법 위반"

'정보 누설하면 해고' 각서…서명 안 하면 조사 거부도
직장갑질119 "법 취지 왜곡한 것…적극 감독 필요"


회사가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피해 사실을 비밀로 하라며 서악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한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 중인 백모씨는 동료에게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본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회사는 '논의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비밀 유지 각서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회사는 조사 결과 피해 사실이 인정됐음에도 가해자 징계 수위 등 조치 내용을 백 씨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백씨가 노동청에 진정했지만, 노동청은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에서 백씨 사례와 유사한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심지어 비밀 유지 서약을 거부하면 사측이 조사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조사한 사람 등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누설할 수 없다. 이는 2차 피해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일부 회사는 법의 취지를 왜곡해 피해자들에게 비밀 유지를 강요하는 실정이라고 직장갑질119는 지적했다. 이들은 또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고질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 법들은 회사가 괴롭힘·성희롱을 인지하면 지체 없이 조사할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이라며 "비밀 유지 서약을 하지 않았다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징계 전 피해자 의견을 듣게 한 근로기준법을 고려하면 회사가 피해자에게 조치 사항을 알리지 않는 것도 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태가 관행으로 굳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