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전담재판부 신설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범여권 우군인 조국혁신당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대법원이 '예규 개정'이라는 자체 방안을 내놨을 때 혁신당이 민주당과 온도차를 보이면서다. 혁신당이 뒤늦게 입법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與강득구 "혁신당, 조희대 지지하나"
민주당 차기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득구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내란재판부 설치 예규 신설에 대한 혁신당의 입장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적었다.혁신당이 지난 18일 "대법원의 발표가 늦은 점은 아쉽지만, 매우 환영한다"며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촉구하는 법안 발의의 필요성도 상당히 낮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논평했던 걸 정면 겨냥한 것.
강 의원은 "대법원 안에 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를 지지하겠다는 선언 아닌가"라며 "사법개혁을 조희대에게 맡기자는 것인가. 정말 이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혁당의 이번 선택은 사법개혁에 역행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분노를 외면한 판단"이라며 "독자 노선을 강조하려다 보니 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슬그머니 반대에 가까운 안을 낸 것은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혁신당에서는 확전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윤재관 전략기획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강 의원을 향해 "당 논평으로 오해를 드린 점은 유감"이라면서도 "논평 하나로 당 전체를 반개혁으로 매도하는 건 동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국힘과 내란 세력만 기쁘게 할 뿐"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제 소모적인 비난은 멈추고 내란 청산과 법원 개혁이라는 큰 바다를 향해 다시 합심하시자"고 권했다.
촛불행동, 혁신당에 "내란 동조"
혁신당과 충돌한 건 민주당 만이 아니다.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20일 혁신당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의 입장은 사법내란수괴 조희대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주고 민주개혁세력 내부에 혼란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촛불행동 구본기 공동상임대표는 나아가 본인 페이스북에 "명백한 내란 동조"라는 표현까지 썼다.
이에 혁신당은 유감을 나타내면서도 추가 논평을 통해 "국회 입법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법 설치라는 '불가역적인 도장'을 찍겠다"며 입법 의지를 더 강하게 나타냈다.
박병언 대변인은 "조국혁신당은 예규라는 가변적인 장치에 내란 청산의 운명을 맡기지 않는다"며 "위헌 요소가 해소된 만큼, 즉각적인 법안 통과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즉각적인 통과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내란재판부 설치법안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벼르고 있는 탓에 혁신당 등 우군인 범여권 정당들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민주당 독자적으로는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180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혁신당을 '개혁 역행' 프레임으로 압박해 법안 처리 협조를 확실하게 끌어낸 모습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일을 거치면서 혁신당이 나름대로 내란재판부 설치에 역할을 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평가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