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조건 어긴 대한항공·아시아나…60여억 이행강제금 물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당시 공정위 승인 조건이었던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 의무
소비자 부담 커지지 않도록 2019년 대비 90% 아래로 좌석 못 줄이게 했는데
합병 최종승인 이후 올해 3월까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좌석수 69.5%로 멋대로 줄여
공정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58.8억, 5.8억 이행강제금 부과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하면서 좌석 수를 일정 수준 아래로 줄이지 않도록 했던 승인 조건을 어겼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여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의 조건으로 부과된 시정조치 중 일부를 위반해 대한항공에게 이행강제금 58억 8천만 원, 아시아나항공에게 이행강제금 5억 8천만 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22일 밝혔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1월 기업결합 신고 후 2022년 5월 최초 승인이 내려졌고, 지난해 12월 24일 최종 승인이 이뤄졌다. 당시 공정위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이에 따른 승인조치로, 경쟁제한 우려가 높은 국제노선 26개와 국내노선 8개에 대해 슬롯과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이관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또 이러한 구조적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 △좌석 평균 운임 인상 한도 초과 금지 △좌석 간격 및 무료 수화물 등 '행태적 조치'도 준수하도록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는 두 회사가 합병해 독과점 우려가 커진 만큼 과도하게 운임을 올릴 수 없도록 한 조치다. 단순히 운임 인상만 제한하면 공급좌석을 줄여서 사실상 운임을 올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공급 좌석수도 함부로 축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업결합일부터 구조적 조치 완료일까지 연도별 공급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축소할 수 없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회복 상황이나 항공기 보유 현황, 심지어 당사자인 두 회사의 의견도 고려해 정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구조적 조치 이행을 완료한 노선에 대해, 그동안 공급 좌석수 축소 금지 의무를 지켰는지 조사해보니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올해 3월 28일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 공급한 좌석수가 2019년 대비 69.5% 수준에 불과해 축소 금지 기준인 90%보다 20.5%p나 낮았다.

공정위는 2034년 말까지인 시정조치 준수 기간 동안 두 회사의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면밀히 점검해 항공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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