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요구하는 '통일교 특검'을 22일 전격 수용했다.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와 선거 개입 혐의가 국민적 의혹으로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특검을 통해 정·교 유착의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못 받을 것도 없다"고 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여야 정치인 모두 포함해 헌법에 위배되는 정교 유착, 불법 정치자금 로비 등을 모두 특검 대상에 넣어 철저히 밝혀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환영했다.
민주당이 야당의 요구에 버티다 특검 수용으로 선회한 것은 여론의 지형 변화 때문이었을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마저 통일교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3분의 2에 이른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게다가 정치권 로비 의혹에 여야 인사가 모두 연루된 만큼 편파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특검이 제격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미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들이 있다"며 종교재단 해산 명령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것까지 감안하면 진상규명과 함께 이에 따른 후속조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야는 통일교 특검법안을 각자 제출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특검 후보추천권을 놓고 신경전이 예상되지만 망국적인 정교유착의 실체를 밝히는 일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립적이며 수사력을 겸비한 인물을 선정해 진상규명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검이 밝혀야 할 핵심은 통일교의 불법 로비와 선거 개입의 실체다. 통일교의 정교 유착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연결고리에서 실체를 드러냈다. 통일교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신도를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켜 전당대회에 개입한 혐의 뿐 아니라 교단의 현안인 한일 해저터널 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에 청탁을 벌이고 불법 정치자금이나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 정권을 넘나들며 정치인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우리 헌법 제20조 2항은 정교 분리의 원칙을 못박았다. 종교와 정치의 결탁이 반헌법적인 이유다. 특정 종교가 교단의 이익을 위해 정치세력을 로비의 대상으로 삼거나, 정치세력이 선거 등 정치적 목적으로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 결탁에 해당할 것이다.
일본 자민당 국회의원 중 절반 가까운 179명이 통일교에 연루됐다는 2022년 조사 결과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불건전한 종교가 권력에 손을 뻗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겉으론 신앙과 종교의 자유를 앞세우지만 뒤로는 거래를 모색한다. 통일교 특검이 반헌법적 정교 유착의 실체를 드러내고 도려내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