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전환집단'이 10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 중 총수 일가의 배만 불릴까 우려되는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1년새 4곳 더 늘었고, 지주회사 중에서도 상표권 사용료 등 비교적 불투명한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는 사례도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지주회사의 소유·출자 현황과 수익구조를 22일 분석·공개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의 운영효과를 점검하고 지주회사의 소유·수익구조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현황을 주기적으로 분석·공개하고 있다.
올해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으로 준(準)대기업인 92개 공시집단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전환집단'은 절반에 가까운 45개로,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 10년 전인 2016년(8개)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했다.
지주회사 체제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해 그 회사의 경영을 지배·관리하는 '지주회사'가 수직적 출자를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자·손자·증손회사로 지배하는 체제다. 구조가 단순해 경영을 감시하기 쉽고, 사업 부분 간의 위험이 퍼지지 않도록 칸막이를 칠 수 있는 등 장점이 있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전환집단 소속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총수일가의 평균지분율은 각각 24.8%, 47.4%로서 전년(24.7%, 47.7%)과 비슷했다. 공정위는 최근 10년 동안의 추세로 비교하면 전환집단 소속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의 지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이지만 총수일가의 지분율은 큰 변화가 없다고 봤다.
또 전환집단 대표지주회사(43개)에 대한 총수, 총수일가의 평균지분율(27.7%, 46.9%)은 총수 있는 일반 공시집단 대표회사(32개)(24.1%, 43.4%)보다 높았다.
출자구조의 경우 전환집단의 평균 출자단계는 3.4단계인 반면 일반 공시집단의 평균 출자단계는 4.6단계로, 이 역시 최근 10년간 비슷한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부터 증손회사까지의 3단계 출자단계 제한, 수직적 출자 외 국내계열사 출자금지 등 지주회사 등의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전환집단의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 국외계열사나, 지주체제 외 계열사로 인해 출자구조가 복잡해지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지주회사 등이 국외계열사를 거쳐 국내계열사로 간접출자한 사례는 32건이고, 지주회사 체제 밖의 계열사(384개)의 약 60%(232개)에 달하는 회사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이어서, 전년보다 4개 더 늘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은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해당 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회사를 말한다.
이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으로 소유·출자구조는 대체로 투명해졌지만, 여전히 국외계열사를 통해 규정을 우회할 수 있고, 총수 일가가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해서도 기업의 재원을 자신들의 수중으로 가로챌 수 있다는 뜻이어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체제 밖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232개) 중, 총수 일가가 이를 이용해 지주회사에 간접적으로 출자해서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도 26곳 있었다. 해당 회사가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율은 평균 9.97%였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통제하는 구조인데, 공정위는 이처럼 총수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체제 밖 계열사가 지주회사의 상단에서 지분을 보유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는 지주회사 체제가 지향하는 수직적이고 투명한 소유·출자구조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총수 있는 전환집단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 16.0%에서 올해 12.35%로 최근 10년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반면 총수 있는 일반 공시집단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12.5%에서 11.38%로 감소할 뿐이어서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가 전환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의 건전성 유지에도 일부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기존 41개 전환집단 중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반도홀딩스'(7.12%p)였고,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감소한 집단은 '셀트리온'(-61.54%p)였다. 다만 셀트리온은 국내 내부거래 비중은 크게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국외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은 큰폭으로 증가(58.5%p)했다.
전환집단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1.5%였다. 통상 대표지주회사는 따로 사업을 하지 않는 대신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얻는 배당금이 주요 수입원이다. 앞서 전년에 배당수익 비중이 50.2%를 넘어 공정위가 201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절반을 넘은 바 있다.
매출액 중 배당수익의 비중이 70% 이상인 지주회사는 ㈜농심홀딩스(100%), ㈜티와이홀딩스(99.9%), 오씨아이홀딩스㈜(96.0%), ㈜영원무역홀딩스(87.4%), 하이트진로홀딩스㈜(84.4%) 등 11개사였다. 반면 ㈜에코프로(13.0%), 한솔홀딩스㈜(17.1%), 에스케이(SK)㈜(22.2%) 등 9개사는 배당수익의 비중이 30% 미만으로 낮았다.
또 30개 회사는 배당외수익을 수취하고 있었는데, 그중 SK(주) 등 15개사는 상표권 사용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관리 및 자문수수료 3개 항목을 모두 수취하고 있었다.
계열사 간 배당외수익 거래로 가장 비중이 큰 항목은 상표권 사용료였는데 다 합치면 1조 4040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 중 13.0%를 차지했고, 전년 동일집단 대비 약 534억 원(4.0%) 증가했다.
공정위는 지주회사들이 상표권 사용료를 중심으로 배당수익 외에도 다층적·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주회사가 상표권 사용에 대한 대가를 계열사로부터 챙기는 것을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칫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곤란한 무형자산(브랜드)을 이용해 계열사의 이익을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로 부당하게 넘기는 것은 아닌지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