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 싣는 순서 |
| ① 청주 '관아지 옛길' 흉물 방치…도심 속 역사·문화 퇴색 ② 거창했던 역사·문화 프로젝트 ③시작부터 허술…예견된 실패 ④도시재생, 시민 참여 '거버넌스' 관건 (계속) |
청주 관아지 옛길 정비 사업의 실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이 주류다.
역사적으로 청주의 중심이자 핵심이었던 성안길을 빼놓고는 원도심 활성화를 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아지 옛길 사업의 좌절은 더욱 뼈아프다.
성안길의 쇠락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청주시에 따르면 성안길 공실률은 지난 2022년 24.8%에서 2023년 26.3%, 지난해 31.1%, 올해 6월 기준 46.1% 등으로 크게 상승했다.
보다 면밀하고 체계적인 도시재생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시재생 '거버넌스' 중요…핵심은 '거리·광장·공원'
충북대학교 반영운 도시공학과 교수는 관(官) 주도의 관아지 옛길 사업 추진에 따른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반 교수는 "애초 당사자들(주변 상인)은 사업이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며 "돈부터 따오고 나중에 설명하는 방식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청주시가 국토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에 응모해 국비를 확보했지만, 사업 구상 단계에서 주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행정 절차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러면서 반 교수는 "성안길 도시재생은 공공장소에 집중해야 한다"며 "원도심은 거리와 광장, 공원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반 교수는 "사람들이 편하게 걷고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도시재생 전반을 다루는 거버넌스 구축도 강조했다.
반 교수는 "도시재생은 공무원 몇 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협치를 위한 조직 구성이 필요하고, 상인회 등이 주축이 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버넌스는 협치를 지탱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참여 의지도 높아지게 할 것"이라며 "쇠퇴한 성안길의 당사자들이야말로 닥친 현실 문제에 대해 갈급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 주도·참여형으로 전환…행정은 지원 집중
청주대학교 박상일 전 교수 역시 도시재생 사업 방식의 주민 주도·참여형 전환을 당부했다.
먼저 박 전 교수는 "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들이 주체가 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행정은 지원 역할에 집중하고, 주민과 상인은 주인 의식을 갖고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도시재생 측면의 사업에 대해 "성안길 도시재생에만 국한하지 말고 그 일대까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며 "관아지 옛길은 물론 청주읍성 일대까지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한 번에 사업을 진행하기보다 청주읍성을 중심으로 남부권과 북부권, 또는 구간을 더 나눠 차근차근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도시의 역사를 활용한 국내·외 사례를 제시하며 청주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체계적인 계획도 강조했다.
박 전 교수는 "제주는 조선시대 행정 중심지였던 제주목 관아 유적이 발굴된 뒤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 적극적으로 역사 공간으로 정비했고 현재는 대표적인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읍성과 목관아 등 옛 행정 공간을 복원·정비한 전남 나주 사례와 홍주읍성을 중심으로 성곽과 성문터를 복원하고 박물관과 전시 공간을 조성한 충남 홍성 사례도 소개했다.
해외 사례로는 "중국 쓰촨성은 청두의 '진리(金里) 고대 거리'가 전통 건축 양식과 상업·문화 공간을 결합해 조성됐다"며 "현재는 청두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박 전 교수는 "성안길은 통일신라 시대 서원 소경이 설치된 이후 고려시대 청주목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진 청주 역사의 완전한 중심이었다"며 "청주읍성 기록을 충실히 남기고, 설계 과정에서 읍성과 관아지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살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안동 도시재생 새판짜기 250억원 투입…이번엔?
청주시 성안동은 최근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국비 150억 원을 포함해 모두 250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3번째 도전 끝에 일궈낸 공모 선정으로, 관아지 옛길 사업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청주시는 성안길의 역사·문화·산업 등 고유 자산을 기반으로 특색 있는 재생 전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기간은 내년부터 오는 2029년까지다.
청주시는 관아지 옛길을 비롯해 성안길과 중앙공원, 철당간 등을 포함한 22만㎡ 규모의 역사·문화 공간을 새단장한다. 기존 '복원 중심'이 아닌 상권 재생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관아지 옛길은 가칭 '역사문화로드'로 꾸민다. 디자인·조명·패턴 등 공공디자인 요소를 새롭게 도입한다.
이번에는 주민협의체와 상인회, 활성화재단 등 민·관 협력 체계로 사업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기법도 시도한다.
청주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관 위주가 아닌 민·관 협업 구조로 추진될 것"이라며 "건물주, 상인은 물론 지역 청년들과도 연계한 대규모 역사·문화·상권 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