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보다 무서운 주차비…하객 노린 '함정 주차장'

HS효성 계열 벤츠 딜러사 '함정 주차장' 논란
웨딩홀과 뒤섞인 동선, 나갈 때 드러나는 요금
무단 주차 해명에도 환불은 항의한 경우만
민원 넣으면 환불, 말 없으면 그대로 결제
관리 명분 내세웠지만 구조적 문제는 여전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 신성자동차 서비스센터. 김한영 기자

HS효성 계열사이자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판매사인 신성자동차가 광주 수완지구 한 웨딩홀 인근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센터 주차장의 주차료 터무니없이 고액으로 책정해 시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주말 광주시 광산구의 메르세데스벤츠 신성자동차 서비스센터 출구.

출구 게이트 앞에는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운전자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결제창을 바라본다.

고등학교 동창 자녀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으로 10만 원을 냈는데, 주차요금이 50분 만에 무려 6만 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A씨는 "주차비로만 6만 원을 냈는데, 이런 요금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차 관리라기보다는 사실상 요금을 강요하는 구조다"고 말했다. 이어 "앞 차량도 비슷한 금액을 내고 나가는 것을 봤다"며 "여러 차량이 맞물린 상황에서 사정을 모른 채 들어온 이용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잠깐 댔는데 6만 원?"…웨딩홀 동선 노린 '함정' 의혹

이곳의 요금 체계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주차요금은 10분을 넘기면 바로 1만 원이 부과되고, 이후에도 10분마다 1만 원씩 추가된다. 한 시간에 6만 원꼴이다. 하루 주차비가 1만 원인 광주공항, 1만 5천 원인 광주송정역(주차타워)과 비교하면 최대 10배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요금이 과도하다는 항의가 이어졌지만 운전자들은 뒤차에 밀려 결국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60대 B씨는 "강남 한복판에서도 볼 수 없는 경악스러운 요금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웨딩홀 주차장이 아니라면 진입 자체를 막고 다른 주차장으로 유도했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무런 차단 조치 없이 차량 주차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D 웨딩홀 입구 전경. 웨딩홀 진입로와 인접한 메르세데스-벤츠 신성자동차 서비스센터 주차장이 별다른 차단 없이 연결돼 있어, 하객 차량이 자연스럽게 주차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한영 기자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현장을 직접 확인한 결과, 주차장 내부에서는 인근 D 웨딩홀 건물과 주차 공간이 하나의 공간처럼 맞닿아 있었고, 웨딩홀 입구 방향으로 시야도 자연스럽게 트여 있었다. 웨딩홀과 신성자동차 서비스센터 공간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였다.

별도의 안내 표지나 경계선 역시 뚜렷하지 않아 차량을 주차한 뒤 이곳이 별도의 유료 주차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주차요금 안내는 차단기 주변에만 설치돼 있어, 이용자들은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순간에야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요금이 부과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구조였다.

 "민원 넣으면 환불?"…소통보다는 '운 좋으면 챙기기' 식 대응

신성자동차 측은 주말 무단 주차로 인한 고객 불편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해명한다.

신성자동차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정비 사업장 특성상 주차 공간의 안전한 관리가 필수적이다"며 "인접 예식장 방문객의 무단 주차로 고객 불편과 안전 문제가 반복돼 자율적인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말에 한해 외부 차량에 주차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수익 목적이 아닌 주차 질서와 안전 관리를 위한 조치다"며 "요금 부과 사실은 입구 안내판을 통해 사전에 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는 사설 주차장 요금 책정에 대한 명확한 상한 규정은 없다. 다만 위법성 판단과는 별개로, 시민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요금이라는 비판과 함께 제도적 사각지대를 악용한 운영 방식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신성자동차 측은 이런 요금 폭탄이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강하게 항의하는 이용자에게만 선별적으로 환불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무단 주차 방지'라는 명목 아래 시민의 지갑을 볼모로 잡은 대기업 딜러사의 배짱 영업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신성자동차는 지난 2023년 공유재산인 도로를 무단 점용해 손님 주차장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행정 처분을 받았다. 광주 광산구는 당시 광주시 소유 도로를 불법 점용한 신성자동차에 원상복구를 명령하고, 시유지 무단 사용에 따른 변상금 2700만 원을 부과했다. 조사 결과 신성자동차는 관할 지방자치체체 허가 없이 매장 앞 도로 1300여 ㎡에 파쇄석을 깔아 주차장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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