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업계의 사업재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지역 경제 전반의 체질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NCC(나프타 분해시설) 감축 목표에 맞춘 대규모 구조조정이 전망되면서 노동계는 고용위기를 타개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여수산단 내 여천NCC·롯데케미칼·LG화학·GS칼텍스 등 4개 사가 정부에 제출한 사업재편안에는 연간 에틸렌 생산 능력 기준 최소 257만t 감축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과 GS칼텍스가 120만t,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이 최소 137만t을 줄이는 방안으로, 단일 산단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감산이다.
여수산단은 국내 최대의 NCC 집적지로, 7개 NCC 공장에서 연간 626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사업재편안이 실행되면 여수산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이 최대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
주요 업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물론 에틸렌 등을 원료로 제품을 생산하는 2·3차 협력사의 고용불안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가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보호 방안을 요구하는 이유다.
실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22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석유화학업계의 과잉설비 감축과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발표나 사업재편 논의 어디에도 원청과 하청노동자 모두 포함한 구체적인 고용 보호 방안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고용 안정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공백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여수산단의 구조개편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노동자와 그 가족, 지역사회 전체의 생존문제다"며 "이미 여수산단 현장에서는 가동률 하락과 설비투자 축소, 플랜트 물량 감소 등의 여파로 일감 감소와 고용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노동자가 고통 분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이미 여수산단 내 비정규직이나 플랜트 노동자들은 실직이나 타 지역 이직 등 타격을 받을 만큼 받았다"며 "여수산단의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상화된다고 해도 이미 사람이 떠난 상태에서 이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노사가 함께 살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빠진다면 그나마 남은 사내하청 일부 노동자들도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사 간 극단적인 대결 양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