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수도권에 조성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CBS라디오(FM98.1MHz) 경제연구실을 통해 방송된 '기후로운 경제생활(진행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에서 "용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15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대한 에너지가 생산되는 곳에 기업이 가서, 거기서 기업 활동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꼭 불가피한 것만 송전망을 통해서 송전하도록 그렇게 제도를 바꿔야 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상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3년 3월 윤석열 전 정부에서 확정했다. 여의도 면적(약 840만㎡)에 육박하는 약 777만㎡ 규모다.
정부는 산단 내에 3GW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지어 일부 전력을 충당하고, 나머지 전력은 지역에서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각지(주로 남부)에서 송전망 8개를 새로 건설해 수도권으로 끌어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용수공급 관련 우려도 불거진다.
김 장관은 "지금의 전력망은 대규모 석탄 발전을 해서 대규모로 송전하고 배전하고 소비하는 화석연료 시대의 전력망인데, 이제(재생에너지 시대)는 소위 지산지소형으로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고 가까운 데서 소비할 수 있도록 하고, 그래도 꼭 필요한 게 있으면 대규모 송전망을 이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2차 전기본(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그 내용도 담아서, 이제는 기업이 만들어지면 어쩔 수 없이 전력 공급하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전기가 많은 곳에 가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발상을 바꿔야 되는 단계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 수립 작업에 착수, 내년 중 이를 확정한다. 전임 정부 시기인 작년 2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대비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늘리는 등 일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용인 반도체 산단 관련 전력망 구상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새만금에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설계된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반도체 생산시설 일부를 이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신규 원전 건설 여부 공론화 내주 시작…"많은 관심 당부"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해선 11차 계획에서 확정한 신규 대형원전 2기(2.8GW) 건설(2037~2038년 도입)이 예정대로 추진될지도 관심사다.관련해 기후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오는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에 대한 1차 정책토론회'를 열고 공론화 절차를 시작한다.
김 장관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40년까지 대한민국의 에너지 체계를 어떻게 가져갈 거냐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거고, 2040년이면 석탄발전소를 다 폐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 믹스를 세워야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출범할 때 전문가분들한테 요청한 건 '실제로 2050년 탄소중립을 전제로 2040년 계획을 세워보자'(였다)"며 "그때 원전이 얼마나 필요한지,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필요한지 따져봐야 되는데 태양광만으로 에너지 운영이 만만치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ESS(에너지저장장치)나 양수발전으로 아침 시간과 밤 시간을 버틸 수 있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원전의 경우 "너무 밀집해 있는 문제와 안전성 문제, 특히 봄가을 소위 경부하기 전력을 많이 안 쓸 때 재생에너지가 넘쳐나면 어떻게 수급 조절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 경직성을 얼마만큼 유연성 전원으로 바꿀 수 있냐 숙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후부에서만 판단할 수 없어서 일단 대국민 토론을 솔직하게 해보자, 국민들이 원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여론조사도 해보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내년 초에 (신규 원전)2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본사에서 진행된 김 장관의 인터뷰 전체 내용은 이날 밤 9시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채널 영상으로 업로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