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김건희·한학자 구속 성과…편파수사·미결 등 한계도

180일 대장정 막 내린 김건희 특검
헌정사 첫 전직 영부인 신병 확보
거대 이단·사이비 교주까지 구속
편파 및 별건수사 논란 내내 뒷따라
민 특검 본인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로
尹부부 뇌물죄 판단 경찰에 미루기도
공은 경찰로…2차 특검 출범은 변수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최종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씨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헌정사 최초로 전직 영부인 김건희씨를 구속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내내 권력을 등에 업고 사법 칼날을 피하던 김씨의 무혐의 처분을 뒤집어 기소하며 성과를 냈다. 거대 이단·사이비 종교인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의 신병도 확보했다.

숨 쉴 틈 없이 달렸던 수사 이면에 생긴 그림자도 짙었다. 민 특검은 7월 현판식에서 "지나치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수사기간 내내 별건 및 편파수사 논란이 뒤따랐다. 민 특검은 결국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뇌물죄, 검찰 수사 무마 의혹 등 미완에 그친 수사도 수두룩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역대 최대·최장 규모 김건희 특검팀은 김건희·한학자·권성동 등 20명을 구속하고 총 66명(사건 기준 76명)을 재판에 넘겼다. 민 특검은 이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 신분을 이용해 고가의 금품을 쉽게 수수하고 각종 인사와 공천에 폭넓게 개입했다. 영부인 권한 남용으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류영주 기자

특검팀 수사의 최대 분수령은 역시 전직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신병 확보 순간이었다. 당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타가 된 건 김씨에게 '나토 순방 목걸이'를 건넨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자백이었다. 이후 특검 수사에는 탄력이 붙었고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 △로봇개 사업가 명품 시계 △김상민 전 검사 억대 그림 등 김씨의 금품 수수 및 매관매직 의혹이 줄줄이 규명됐다. 수사 막판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부부의 '로저 비비에 가방' 사건까지 처리됐다. 김씨가 부당하게 챙긴 금품이 3억8천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 특검팀 수사 결과다.

특검팀은 김씨가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부정부패 전형인 매관매직을 일삼으면서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도 대통령 비호 아래 처벌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 임기 내내 영부인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지만 황제 조사 등 특혜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었고 결국 검찰의 불기소 결정으로 이어진 것을 비판한 것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디올백 수수 의혹 등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정반대로 뒤집고 김씨와 관련자를 사법처리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류영주 기자

통일교와 보수 정권 및 정당 사이 존재하던 정교유착의 실체를 밝힌 것도 주요 성과로 꼽힌다. 박상진 특검보는 "이 사건은 정교일분리라는 헌법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통일교 지도자의 정교일치 욕망,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은 대통령 배우자 및 정권 실세의 도덕적 해이와 준법정신 결여, 정권에 기생하는 브로커들의 이권 추구 등이 결합해 빚어낸 결과"라며 "정교유착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이를 엄단했다"고 했다.

특검팀 수사의 한계 또한 분명했다. 통일교의 정교유착 의혹을 둘러싼 '편파 수사' 논란이 대표적이다. 특검팀이 '여야 정치인 5명을 접촉했다'는 통일교 핵심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관련 부분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검팀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해명도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민 특검은 이 부분에 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 피의자가 돼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뇌물죄 판단을 보류하고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넘긴 것 역시 뼈아픈 대목이다.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김씨를 특가법상 알선수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넘겼을 뿐이다. 특검팀은 그 이유로 수사 기간과 인력의 한계를 얘기했지만 김건희 특검은 255명이라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특정 인물의 범죄 혐의를 오랜 기간 수사했다.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빌딩 브리핑실에서 열린 최종 브리핑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특히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사법처리도 내리지 못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창수 전 중앙지검장 등 수사 무마 의혹 관련자 누구도 조서를 쓰지 못했다. 수사 대상자는 원래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강제수사에 나설 정도로 증거를 쌓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서는 별건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 관련 인물이 유명을 달리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특검팀 수사에 "강압 및 진술 강요 정황이 발견됐다"는 공식 조사 결과까지 발표했다.

이제 3대 특검이 모두 막을 내린 상황에서 공은 경찰로 넘어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3대 특검의 잔여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김건희 특검 이첩 사건을 맡을 수사팀도 조만간 구성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국회 논의에 따라 2차 종합특검 출범이 결정되면 경찰의 수사가 붕 뜰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정치 일정이나 정책 결정과 관계 없이 주어진 사건에 대해 최대한 신속한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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