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 희생자 흔적이라도 있지 않을까"…로컬라이저 앞에 모인 유가족들

여객기 참사 1주기 오후
유가족 400여 명 로컬라이저 찾아 희생자 기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공항 관계자들이 국화꽃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공식 추모식에 이어 유가족들이 사고 발생 지점 인근인 활주로 로컬라이저 방위각 시설을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날 오후 2시쯤, 유가족 400여 명은 로컬라이저 시설 앞에 모였다. 여객기 착륙을 유도하는 로컬라이저를 받치던 콘크리트 둔덕은 심하게 부서져 있고, 시설 일부는 약 10m 정도 밖으로 뜯겨 나가 널브러져 있었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제 구조물은 참사 당시의 충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탄식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쏟아냈다.
 
"아이고, 우리 아들… 우리 아들아." 곳곳에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깐 이동하는 데도 지쳐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에 의지해 현장에 도착한 유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유가족은 "우리 가족이 희생된 가장 가까운 곳에 와보니, 잠깐 오는 길인데도 몸이 버티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슬픈 생일 축하'도 이어졌다. 
 
사고 이후 맞이하지 못한 12월 생일을 앞둔 희생자 16명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됐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부르던 고재승 유가족협의회 이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노래를 마쳤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김성철 씨가 초에 붙은 불을 끄자, 현장은 다시 한번 울음바다로 변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추모편지를 한데 모아 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서 유가족이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한 데 불태우는 의식도 진행됐다. 편지가 담긴 함이 불에 타들어 가며 하늘로 올라가자, 유가족들은 그 주위에 헌화해 동그랗게 둘러쌌다.
 
헌화가 이어지는 동안 로컬라이저 인근에는 흐느끼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입술을 꼭 다문 채 울음을 참다 끝내 숨을 헐떡이는 유가족도 있었고, 딸로 보이는 여성의 부축을 받으며 한 걸음씩 자리를 옮기는 고령의 유족 모습도 보였다.
 
한 남성 유가족은 국화를 내려놓고 "안녕히들 가십시오"라는 말을 세 차례 외친 뒤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떠났다. 편지가 타며 남긴 연기 옆에는 국화 더미가 한동안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유가족들은 로컬라이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바닥을 유심히 살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가족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로컬라이저 근처로 모인 유가족들 대부분은 고개를 든 채 구조물을 바라보다가도 이내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 채 무언가를 찾듯 걷기를 반복했다. 한 유가족은 "어제 로컬라이저 인근에서 동전과 비행기 파편을 찾았다고 해서, 오늘은 혹시라도 가족들의 흔적이 있지 않을까 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이 명확해지는 날까지, 이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가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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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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