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에 금남로 몸살 앓고 5·18 왜곡은 더 심해져
지난해 12·3 불법계엄에 맞서 광주 시민사회는 '내란 단죄·사회대개혁'을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그에 반해 내란 옹호 세력이 올해 2월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서 금남로는 몸살을 앓아야 했다. 시민단체들은 "참담하다"며 오월 정신 모독을 규탄하고 나섰다.극우 유튜버가 5·18민주광장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신청하자 광주시는 5·18 정신 계승 조례를 들어 불허하기도 했다.
올해 1월 19일 서부지법 사태 이후 '서부지법 폭동과 5·18은 같다'는 유형의 왜곡·폄훼가 온라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5·18기념재단에 150건 이상의 5·18 왜곡 사례가 접수되는 등 내란 후유증 속 5·18 기억과 정치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였다.
다만 이어진 대선 국면에서는 '내란 세력 심판' 민심만은 굳건했다.
내란을 옹호하고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덕수 전 총리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5·18 묘지 참배 시도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장동혁 돌아가라", "5·18 폄훼 사죄부터"라는 시민들 구호 속에 한덕수 전 총리는 "저도 호남 사람" 호소에도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금호타이어 화재부터 여객선 좌초·도서관 붕괴…안전 불감증 논란
지난 5월 17일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서 '반세기 최대' 화재가 발생했다. 독성 연기가 도심을 뒤덮으며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직후가 아닌 불 꺼진 뒤에야 광주시는 중금속 측정을 시작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화마로 붕괴 위험이 커진 2공장은 화재 3개월이 지나서야 해체가 시작됐고, 해체 폐기물에서 유해성분은 불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주민 우려는 여전하다.
해당 화재를 조사한 경찰은 이번 사건이 충분히 위험성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장이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해 발생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지난 11월 19일엔 전남 신안 앞바다서 제주→목포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돼 267명이 구조됐다. 승객들은 "'쾅' 소리와 함께 정말 죽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방향 전환 시점을 놓친 항해사와 위험 해역에서 자리를 비운 선장, 사고를 뒤늦게 인지한 관제센터 등 사고는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물로 드러나 해상 안전관리 허점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12월 11일 발생한 광주 대표도서관 공사장 붕괴로 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청은 현장에서 필수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고 경찰 또한 공사 관계자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광주 시민단체는 "구조적 문제와 행정 안전 불감증 탓"이라고 지적했다.
여름 400㎜ 넘는 괴물호우에 연달아 침수…인명피해까지
지난 7월 17일 일강수량 400㎜를 넘기는 기록적 호우로 광주에서는 500건이 넘는 피해가 속출했다. 심지어 북구 신안동은 보름 뒤 한 번 더 폭우에 침수되면서 일상 회복을 꿈꾸던 주민들이 또 한 번 망연자실하기도 했다.
역대급 호우에 휩쓸린 7·80대 주민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상가가 순식간에 잠기고 버스 우회·항공편 결항으로 교통이 마비됐다. 반려동물도 예외 없이 휩쓸려 "짖지도 못하고 떠났다"는 슬픈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신안동의 경우 서방천을 막고 있던 홍수방어벽이 물길을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인재' 논란이 일자 결국 철거됐다. 다만 노후 배수로 개선 등 근본 대책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11년 만 버스 파업, 시민 불편 속 운전원 열악한 현실 드러나
지난 6월에는 11년 만에 광주 시내버스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출근길 시민들이 정류장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파업이 13일 동안 장기화되며 날이 갈수록 불편이 가중됐다.
노조는 기본급 8.2% 인상과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광주 시내버스 운전원의 월평균 임금은 전국 특·광역시 버스기사 중 하위권 수준이다. 파업 이후 시내버스 노사는 임금 3% 인상과 62세 정년에 합의했다.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시내버스 운전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차고지 화장실은 악취가 심해 요의를 참으며 운전대를 잡는 운전원이 많았다. 남자화장실 내부 한 칸을 여자화장실로 지정해 여성 운전원들은 외부 화장실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도 드러났다.
이에 더해 지사제 없이 먹을 수 없다는 시내버스 차고지 식당의 민낯이 공개됐고 전기버스 충전기 '오픈런'으로 피로 누적을 호소하는 운전원들의 목소리도 발굴됐다. 심지어 민주·인권 도시인 광주에서 노선 색깔별로 신분을 나눈 구조적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로써 '대자보 도시'의 완성을 위한 대중교통 공공성 강화와 노동 환경 개선 요구는 이번에도 해를 넘기게 됐다.
제주항공 참사 1년, 처벌·사과 '0건'…유족 절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숨진 지 1년, 유족들은 여전히 무안국제공항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책임자 처벌과 정보공개, 사과는 여전히 '0건'으로 수사 지지부진 속 미해결 과제가 산적한 상태다.
지난 7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무안국제공항에서 연 유가족 대상 설명회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한 유족들은 이어 11월 국토부장관과의 간담회를 거부했다. 12월에는 항철위 위원 전원을 기피 신청했다. 유족들은 "조사 독립성이 결여된 항철위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인 사고 정보 공개조차 되고 있지 않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 사이 국민권익위원회는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방위각 제공시설) 콘크리트 둔덕을 공항안전 기준 위반 시설로 판단하기도 했다.
여전히 유족들은 "셀프 조사·졸속 공청회는 안 된다"고 비판하며 독립 조사기구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항철위를 국무총리실로 옮기는 법안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 중에 참사 여객기 잔해는 1년째 무안국제공항 노상에 방치돼 있다.
멈춘 시간 속에 추석을 보낸 유족들은 1주기를 맞이헸다. 1주기 정부 주관 추모식에서도 "은폐 없는 조사로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치유 공백과 2차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책임 규명 대책 마련이 숙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