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이 다시 한 번 출판사 대표로 독자 앞에 섰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 무제를 통해 소설 '첫 여름, 완주'를 아트북과 '읽는 소설'로 확장한 박스 세트를 선보인다.
박정민은 31일 "'첫 여름, 완주'를 기획할 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며 아트북 세트 출시 소식을 직접 전했다. 올봄 출간된 '첫 여름, 완주'가 독자들의 호응 속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이후,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완주해 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공개된 '첫 여름, 완주 아트 북 & 읽는 소설 박스 세트'는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됐다. 하나는 김금희 작가가 기존 '듣는 소설'을 완전한 서사 구조의 '읽는 소설'로 새로 집필한 단행본이다. 희곡 형식에 가까웠던 원작 텍스트를 문장 중심의 소설로 재구성해, 소리로 스쳤던 감정과 장면을 글의 밀도로 되살렸다.
다른 한 권은 박정민이 직접 기획·촬영·집필한 아트북이다. 소설 속 가상의 공간인 '완주 마을'을 현실 어딘가에서 찾기 위해 전국을 돌며 촬영한 사진들, 오디오 녹음에 참여한 배우들에 대한 단상,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 그리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해석으로 응답한 작품들이 함께 실렸다. 한 편의 소설이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을 기록한 아카이브에 가깝다.
박정민은 "완주와 관련된 사진과 작품들을 갈무리해 책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세트는 제가 찍고 쓴 포토북과, 작가님이 '읽는 소설'로 새로 써주신 단행본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세트의 핵심으로 자신의 아트북이 아닌 '읽는 소설'을 꼽았다.
그는 "애초에 계획된 결과물이 아니었는데, 작가님이 기존 형식이 아닌 완전한 소설로 다시 써주셨다"며 "김금희 작가 특유의 말맛과 글맛이 더욱 또렷해진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이야기를 귀로 들었던 독자에게는 새로운 독서 경험을, 처음 만나는 독자에게는 이 작품이 왜 '듣는 소설'로 출발했는지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첫 여름, 완주'는 출간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오디오 콘텐츠, 종이책, OST 공개, 상영회와 전시를 거쳐 이번 아트북 세트로 이어졌다. 한 권의 소설이 감각과 형식을 바꾸며 이동한 기록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야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흐름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확인됐다. 대형 출판사 부스들 사이에서 무제의 단출한 공간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박정민은 직접 주문과 계산을 맡으며 독자들을 맞았다. 김금희 작가와의 북토크 역시 현장의 관심을 모았다.
출판사 무제를 통해 김금희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고, 형식과 매체의 경계를 실험해 온 박정민의 행보는 이제 '셀럽 출판'을 넘어 하나의 독립적 출판 실천으로 읽힌다. '첫 여름, 완주' 아트북 세트는 그 연장선에 놓인 결과물이다.
이야기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그리고 출판은 어디까지 성실해질 수 있는가. 박정민의 이번 선택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 다시 건넨다.
김금희·박정민 지음 | 무제 | 5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