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피격 사건 '항소 시한' 임박…대장동 사태 되풀이 되나

서훈·박지원 등 1심 판결 항소 시한 오늘까지
"은폐·허위발표 없었다"…공소사실 모두 무죄
항소 필요 있다 보는 檢…정치권 압박이 변수
유족 "항소로 억울함 풀어야"…트럼프에 서신 보내기로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이 다가왔다. 검찰 수사팀은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다툴 여지가 많다며 항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은 검찰을 향해 날을 세우며 항소 포기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중이다. 수사팀에 대한 감찰까지 거론 중인데,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처럼 검찰 내 반발 여론이 확산할지 주목된다.

서해피격 '항소 시한' 마지막 날까지 긴장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류영주 기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의 1심 판결에 대한 항소 시한은 이날까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故) 이대준씨는 지난 2020년 9월 21일 불법조업 단속 중 실종됐다. 이튿날 이씨는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고 국방부와 국가정보원도 이를 인지했다.

당시 국가안보실 주도로 군과 정보기관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려 후속 조치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후 이씨의 사살 관련 정보가 국방부 및 국정원 내부 전산망에서 삭제됐다.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격됐다는 사실이 공개된 뒤 그가 북한 해역으로 간 이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군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는 최초 보고서를 작성됐다. 해경도 이씨의 채무 상황 등을 근거로 그가 월북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씨 관련 정보가 고의로 삭제됐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군과 정보기관이 이씨의 피격 사실을 접했음에도 해경은 '아직 수색 중'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언론 보도로 해당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은폐하려던 것 아니냐는 취지다.

또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몰고 가기 위한 허위 발표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었다. 월북으로 볼 만한 충분한 근거 확보가 안 됐지만,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해 월북으로 단정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은폐의 고의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민감한 정보가 제한 없이 전파돼 뒤늦게 이를 삭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삭제된 정보가 군과 정보기관 내부망에 보존돼 있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월북 허위 발표에 대한 검찰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가치 평가를 한 것일 뿐, 사실을 발표한 게 아니라는 이유다. 이러한 발표는 제한된 정보를 분석해 내린 최선의 결론이라고도 했다.

항소 필요하다는 檢…여권은 선고 직후부터 "포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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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직후 판결문을 검토해온 검찰은 '항소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도 이씨에 대한 첩보 등이 군과 정보기관 내부망에서 삭제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추가 재판을 통해 다퉈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이 들고 있는 근거에 대해서도 논박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이씨의 피격에 대해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시가 있었던 만큼, 서 전 실장 등이 그 지시를 어기면서 사실을 감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이씨 관련 정보가 이미 내부망에서 삭제된 뒤에 내려졌다는 게 검찰의 반박 논리다.

아울러 이씨가 피격당한 이후 문 전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 연설에 참석해 종전 선언을 언급했는데, 북한에 대한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대북 비난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게 검찰 의심이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1심 판결도 뜯어보면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심급에 따라 판단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선고 직후 정부·여당에서 공개적으로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검찰을 향한 공세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이상한 논리로 기소하고 결국 무죄가 났다"라며 "없는 사건을 수사해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고 시도하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며 "수사 검사가 올바로 했는가에 대한 감찰이나 정리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법무부 장관에게 말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검찰이 항소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직접 항소 포기를 지휘할 가능성도 있다. 정 장관은 취임 후 국가 상대 피해배상 사건, YTN 민영화 승인 취소 사건 등에 대한 항소 포기를 지휘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이씨 사망에 의문을 품는 유족이 있다는 점에서 항소를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과 달리 서해 피격 사건은 직접적인 피해자가 있다"며 "억울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목소리를 들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지 않나"라고 전했다.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은 "즉각적인 항소로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족 측은 이날 국회에서 검찰의 항소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 사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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