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 원유를 사들여 국제시장에 판매하고 그 수익을 직접 관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를 팔아 번 돈을 미국 재무부에 예치해 놓겠다는 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을 위한' 구체적인 사용처도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들어가는 돈줄을 막겠다는 의도를 넘어 자금줄을 미국 석유회사 등에게 돌리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마약 밀반입을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가장 큰 이유로 댔던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결국 미국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의원들에게 현안 브리핑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제재로 합법적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 원유를 미국이 대신 시장에 내놓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수출 봉쇄와 제재 때문에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고 쌓아두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미국이 3천만에서 5천만 배럴을 인수해 "베네수엘라가 (제재 때문에) 받아온 할인가가 아니라 시장에서 시가로 팔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베네수엘라 정책을 안정화(stabilization), 회복(recovery), 전환(transition) 등 3단계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 중 회복단계에서는 미국과 서방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시장에서 "공평하게" 사업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그는 미국이 석유를 팔아 거둔 수익은 베네수엘라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 정부가 이미 베네수엘라 원유를 국제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PDVSA)도 미국 행정부와 원유 수출을 위한 협상에 진전을 보고 있다고 확인하면서 석유통제권의 미국 이양을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국제시장에 '무기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판매수익은 미국 재무부 계좌에 보관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를 잘 아는 관계자는 "베네수엘라의 채권자들로부터 수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가 발행한 채권은 약 1500억 달러에 이른다.
미 정부는 낙후된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재건에 석유판매 수익을 활용할 방침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복원에는 수십억~수백억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금액이 지출돼야 할 것이고, 석유 회사들이 그 돈을 지출할 것이며, 이후 우리에게서 또는 (석유 생산) 수익을 통해 보전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엑손모빌, 셰브런, 코코노필립스 같은 미국 석유 대기업들이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 회사는 과거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 시설에 투자했지만 차베스 정권 때 수차례 자산을 몰수당했다. 지금은 셰브런만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다.
석유 판매 수익은 미국 석유 회사들의 보상금으로도 쓰일 수 있다. 라이트 장관은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지만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라고 했다.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일 백악관에서 석유 대기업들과 만나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재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가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전에 석유 회사들과 교감한 정황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기업들은 우리가 뭔가를 하려 한다는 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그들에게 실제로 그걸 할 거라고는 말하지는 않았다"며 모호하게 말했지만 군사개입 한 달 전 석유업계 고위 관계자 몇 사람에게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석유 판매대금이 석유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기업을 위해서도 투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가 우리와의 새로운 석유 거래를 통해 얻게 될 자금으로 오직 미국산 제품만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농산물, 의약품, 의료기기, 전력망과 에너지 시설·장비 등을 거론했다.
이렇게 베네수엘라 석유 수익을 미국 기업들을 위해 쓰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며, 베네수엘라 국민과 미국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