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풍자 만화 '딜버트' 작가 스콧 애덤스 별세…향년 68세

'사무실 문화' 아이콘 남겼지만 인종차별 발언 논란도

연합뉴스

미국 사무직 노동자의 일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만화 '딜버트(Dilbert)'의 창작자 스콧 애덤스가 별세했다. 향년 68세.

애덤스의 전 부인 셸리 마일스는 13일(현지시간) 애덤스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그는 이제 우리 곁에 없다"며 부고를 전했다. AP통신과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애덤스는 지난해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고, 암이 뼈로 전이돼 최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자택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아왔다.

마일스는 애덤스가 새해 첫날 미리 작성해 둔 유언에서 "나는 놀라운 삶을 살았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내 작품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최선을 다해 후대에 나눠달라. 유용한 사람이 되어 달라"고 팬들에게 남겼다고 전했다.

애덤스는 1980년대 전화·통신회사 퍼시픽벨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중, 사무실의 비효율과 관료적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화 '딜버트'를 창작했다. 입이 없고 둥근 안경을 쓴 주인공 딜버트와 뾰족머리 상사, 무기력한 직장 동료들은 현대 기업 조직의 부조리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딜버트'는 1989년 첫 연재를 시작해 전성기에는 전 세계 70여 개국, 25개 언어로 약 2천 개 신문에 실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 시대 초기에 이메일과 게시판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책,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광고 등으로도 제작됐다.

딜버트와 도그버트. 1989년에 처음 출판된 만화 '딜버트'는 화이트칼라 기업 문화를 풍자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SNS 갈무리

애덤스는 1997년 미국만화가협회(National Cartoonist Society)가 수여하는 루벤 상을 받았고, 같은 해 '딜버트'는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인' 명단에 오른 최초의 가상 캐릭터가 됐다.

그러나 애덤스의 말년은 논란과 함께했다. 그는 점차 보수적 정치 성향을 노골화했고, 2023년 흑인들을 '증오 집단'으로 지칭하며 "백인들은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발언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수백 곳의 신문사가 '딜버트' 연재를 중단했고, 배급사 역시 계약을 해지했다.

연재 중단 이후 애덤스는 보수 성향 이용자가 많은 플랫폼 럼블(Rumble)을 통해 '딜버트 리본(Dilbert Reborn)'이라는 이름으로 만화를 재개했고,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는 팟캐스트 '리얼 커피(Real Coffee)'도 진행했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에서 그는 "의견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애덤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위대한 인플루언서가 세상을 떠났다"며 "그는 그것이 유행이 아니던 시절에도 나를 존중하고 지지했던 환상적인 사람이었다"고 추모했다.

사무실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블랙코미디로 끌어올린 '딜버트'는 한 시대의 직장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으로 남았지만, 그 창작자의 말년은 표현의 자유와 책임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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