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의 인지역량이 중장년, 고령층으로 갈수록 급격히 떨어져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산업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근로자 전반의 인지역량을 강화해 노동생산성을 높일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14일 KDI포커스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 방안'이라는 주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인지역량은 지난 10여 년간 하락 추세에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이에 따른 감소 속도가 급격하게 나타났다.
KDI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다른 국가의 근로자보다 나이 증가에 따른 인지역량 감소 폭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2012년 OECD 조사(1주기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수리력과 언어능력 점수가 20~30대는 OECD 평균 수준보다 높았지만, 이후 빠르게 낮아져 40대에는 OECD 평균을 밑돌고 50~60대에는 OECD 평균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특히 이런 경향은 2022~2023년 이뤄진 2주기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 30~34세에서는 OECD 평균과 유사한 수준인 수리력 및 언어능력이 60~65세에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구에 참여한 김민섭 KDI 연구위원은 "나이가 증가하면서 인지역량이 쇠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인지역량 감소의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르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에 따른 근로자의 인지역량이 빠르게 감소하는 원인으로 성인기 역량 향상 기회가 부족하거나 학습·훈련 프로그램의 실효성 부족, 역량 개발의 동기가 부재한 근로환경 등이 꼽혔다.
특히 KDI는 근로자의 자발적인 역량 향상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임금이나 보상 체계가 부족해 국내 근로자의 역량 하락을 초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사업체 중 임금체계가 없어 명확한 임금결정 기준이 미비한 사업체의 비중이 63%에 달한다.
반면,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 방안을 반영할 수 있는 직능급 또는 직무급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는 각각 9.5%, 8.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KDI는 "근로자 개인의 역량 또는 성과에 기반한 합리적인 임금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임금이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근속 연수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며 "근로자 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대한 합리적 보상 체계의 미비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역량 하락을 초래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KDI는 우리나라의 근로자가 인지역량 향상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임금 보상은 미국이나 독일, 일본을 비롯한 OECD 국가 근로자가 받는 임금 보상의 절반 수준에 그쳐, 근로자가 역량을 개발할 유인이 미약하다고 봤다.
수리력을 활용한 조사 결과로 예를 들면, 한국은 근로자의 수리력 점수가 1 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임금은 2.98% 증가에 그쳤다. 이는 프랑스(4.99%)나 일본(6.43%), 독일(7.38%), 미국(8.10%)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분석 대상 27개국 평균은 6.13%로 나타났다
이에 KDI는 "근로자 개인의 역량과 성과에 기반한 임금 및 보상 체계의 확산을 촉진해 근로자가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확보, 학습 · 훈련 프로그램의 실효성 제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 등을 통해 근로자가 역량을 개발할 기회 또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순히 근로자 역량 문제뿐만 아니라 일과 생활 균형, 저출산 문제, 근로자의 근로시간 선택권 문제 등에 대해 지금 논의가 많이 나오고 있고 현 정부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위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근로자들이 역량 향상을 위해 자기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