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2025년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14일 경자청에 따르면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 기준 4억5300만 달러, 실제 도착액은 4억4100만 달러로 도착률은 97%에 달한다. 2004년 개청 이래 최고치이자, 최근 6년 평균 도착률(82%)과 전국 경제자유구역 평균(44%)을 뛰어 넘는 수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성과의 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연간 목표액의 2.5배를 넘긴 외국인 투자 실적에 더해 국내투자도 7455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신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금이 집행됐다는 점은 부산진해경자청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가 지역 경제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남길 것인지를 두고는 보다 냉정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 '규모'와 '도착률'이 곧바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질 좋은 일자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쏠림, 긍정인가 위험인가
올해 FDI 신고액의 86%는 첨단산업에 집중됐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와 부산과학산업단지 내 기업 증액 투자가 대표적이다. 이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단순 제조·물류 거점을 넘어 디지털·첨단 산업 기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첨단산업 중심 투자 구조가 지역에 얼마나 많은 고용과 파급 효과를 남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시설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반면, 상시 고용 인원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투자액이 커질수록 지역 체감 효과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투자 역시 물류산업 비중이 가장 크다. 글로벌 물류기업과 대형 물류센터 유치는 항만·신항만 배후지라는 지역의 강점을 살린 전략이지만, 이 역시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 중심 구조로 고착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많이 유치'에서 '잘 남기는 투자'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개청 이후 누적 FDI 신고액 51억7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동북아 핵심 투자 거점이라는 위상을 강조한다. 투자국도 유럽, 아시아, 미주 등으로 다변화했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이제 '얼마나 유치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투자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지역 중소기업과의 연계, 기술 이전,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성과는 숫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 성적표'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이제 본격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성호 부산진해경자청장은 "투자 경쟁력이 실제 성과로 입증됐다"고 자평하며, 앞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장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투자 생태계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