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권위, 작년 안건 절반 이상 재상정…내부 갈등 때문?

재작엔 10개 중 8개가 재상정…2023년엔 20% 수준
'尹 방어권' 김용원 상임위원 등에 조직 내부서 불신
상임위원 간 갈등에 위원장 역할 부재도 지적돼
노조 설문에서 '위원장 사퇴 찬성' 77.4%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윤창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지난해 상정된 안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 차례 논의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재상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전원위원회 운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안건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CBS노컷뉴스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은 총 76건이다. 이 가운데 의결 대상으로 분류된 안건은 59건인데, 이 중 31건이 재상정됐다. 재상정 비율은 52.5%로 나타났다.
 
앞서 2024년 전원위원회 재상정 비율은 79.1%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그만큼 인권위 현안들이 신속히 처리되지 못하고 논의가 길어진다는 의미인데, 지난해 역시 재상정 비율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2023년 재상정 비율이 20%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문제의 원인은 인권위 내 갈등 상황에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충상 전 상임위원부터 김용원 상임위원 그리고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국회에서 지명한 이숙진 상임위원이나 다른 비상임위원 등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인권위가 인권 보호·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조직 안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김 상임위원(2023년 2월부터 현재), 안 위원장(2024년 9월부터 현재)의 재임 기간을 보면,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윤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의 재임이 이어진 국면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24년부터 반복되는 재상정 현상이 나타난 뒤로 지난해 전원위원에 안건을 올리는 것 자체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반응도 있다. 인권위 내부 관계자는 "2024년보다 2025년에 재상정 비율이 낮아진 것은 김 상임위원과 구성원 간 갈등이 해소된 결과라기보다는, 김 상임위원으로 인해 의결이 어렵다는 전망이 퍼지면서 안건 상정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전원위원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위원장이 위원 간 이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러한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인권위 내부 구성원 다수도 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설문 결과도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지부가 지난해 12월 3일부터 8일까지 인권위 사무처 직원 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4%(164명)가 안 위원장의 사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사퇴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8.5%(18명)에 그쳤다.
 
검사 출신인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전직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요구하는 안건 의결을 주도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수사를 받던 박정훈 대령의 긴급구제 신청을 인권위가 기각한 과정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상임위원은 오는 2월 5일 임기가 끝난다.
 
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전원위원회에서 의결 안건의 절반 이상이 반복 재상정되고 있다는 것은 인권위 운영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권 침해에 대한 판단과 구제가 지연되지 않도록 전원위원회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차원에서도 인권위 운영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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