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본부장, 트럼프 '반도체 25% 관세'에 귀국 연기(종합)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유니온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관세 포고문 대응을 위해 이날로 예정됐던 귀국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5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관련 포고문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여 본부장의 귀국이 연기됐다"며 "며칠 연기됐는지는 미정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 같이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는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데 따른 조치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여 본부장은 현지시간 기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 의회,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을 면담하며 디지털 입법과 쿠팡 수사 등 통상현안 관련 대대적인 아웃리치 활동을 진행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한국의 디지털 입법 사안에 대한 미측 우려 해소를 위해 주요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 면담, 관련 협회 및 업계와의 라운드 테이블 등을 통해 적극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대해 미 의회 및 업계는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희망한다며, 향후 한국의 디지털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여 본부장은 이어 미 의회를 대상으로 최근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관련 기관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의실에서 롭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 회장과 면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는 최근 미 연방 의회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술기업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회의 에이드리언 스미스 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해외 디지털 규제 동향' 관련 청문회에서 "한국 규제 당국이 미 기술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한 사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또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면담을 통해서는 한미 정상 간 공동 설명자료에 포함됐던 양국 간 비관세 관련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 현황을 논의했다.

또 국제경제긴급권한법(IEEPA)에 근거해 미 행정부가 부과한 상호관세의 위법 여부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관세합의를 이룬 한국이 여타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IEEPA 판결 관련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지 간에 지금과 같은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러셀 바우트 백악관 관리예산실 국장과도 관세협상 후속조치 추진현황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조선 등 핵심 산업에서 한미 간 투자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관세협상 합의 이후 전반적으로 미국 내 한미 간 통상 및 투자 협력에 대한 기대가 높으나 디지털 통상 이슈, 미 대법원 판결 등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정책 의도와 배경을 정확하게 미국 정부, 의회, 업계에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앞으로도 관계부처 등과 함께 지속적으로 대미 아웃리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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