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해 부결됐던 '1인 1표제'를 다시 추진하자 지도부 내에서 갈등이 표출됐다.
이를 정 대표의 연임 포석으로 의심하는 쪽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주장하며 곧바로 견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결 40일 만에 방아쇠
문제가 불거진 건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였다.정 대표 측은 1인 1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 추진 안건을 꺼내들었다.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뽑을 때 대의원 반영 비율을 확 줄여 일반 권리당원처럼 1인 1표로 맞추자는 것.
지난해 말 당 중앙위원회 투표에서 '재적위원 과반 찬성'의 정족수를 넘기지 못해 부결된 지 40여일 만에 다시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당내에선 정 대표와 물밑에서 각을 세우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갑질·특혜 의혹으로 사퇴하고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친청(친정청래계) 후보 2명이 막 입성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임 의사' 묻자는 건의도
그런데 이날 회의에서 곧바로 반론이 제기됐다.
정 대표가 오는 8월 차기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할 경우 본인이 곧바로 1인 1표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먼저 이언주 최고위원이 "이 사안은 나중에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해야 맞지 않느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강득구 최고위원도 "다음 전당대회부터 바로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이해충돌 아닌가"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최고위원은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이 나오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가깝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아예 당헌 개정을 묻는 전 당원 여론조사에 '정 대표 연임 의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1인 1표제 찬성여부를 조사할 때 정 대표 연임을 전제로 질의한 뒤 정 대표 연임 의사가 없다는 걸 전제로 다시 물어야 여론을 명확히 수렴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들의 얘기를 듣던 황명선 최고위원도 "두 분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거들었다고 한다.
"결과는 만장일치"라지만…
그러나 건의가 수용되지는 않았다.정 대표는 연임 의사에 대해 확답하지 않으면서도,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주장했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해충돌 아니냐고 지적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이어 '추가 이견은 없는지' 묻고는 "찬성해 달라"고 요청했고, 앞서 반론을 제기했던 최고위원들이 "알겠다"고 답한 뒤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일부의 보완 의견은 더 좋은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며 "결과는 만장일치 찬성 의결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친명(친이재명계)을 자처하는 지도부 쪽 인사는 CBS노컷뉴스에 "당원들에게 일반적인 제도 개혁을 얘기하는 것처럼 해놓고 본인에게 적용될 룰을 '셀프 개정'하는 건 반칙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