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과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담임목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풀려난 손 목사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 목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 목사는 지난해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교회 예배에 보수 진영 정승윤 당시 후보를 불러 마이크를 들고 선거 관련 대담을 진행하고,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에는 예배와 기도회 등에서 마이크를 들고 김문수 후보 당선과 이재명 후보 낙선을 도모하는 내용의 설교와 기도문 낭독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재명·김석준 낙선 도모…法 "단순 종교 신념 표현 아냐"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발언의 내용이나 맥락을 보면 손 목사가 정승윤·김문수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신도 등에게 선거에서 이들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하고, 반대로 김석준·이재명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들에게 투표하지 말도록 독려한 점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세계로교회 신도 수와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영상 조회수 등을 고려하면 손 목사 발언을 통해 다수의 잠재적 유권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손 목사 측은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 공소제기 절차상 위법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단순히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표현했다거나, 통상적으로 교회 담임목사가 예배 중에 신도들에게 성경 등 교리를 설교하는 과정에서 행할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일반적인 교회 설립 목적 범위를 넘어서서 특정 후보자 당선 내지 낙선을 도모하려는 목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표현되는 선거운동으로서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동종범죄로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으면서도 과거와 동일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선거관리위원회 경고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사 중인 걸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범행을 멈추지 않고 이어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석방된 손현보 "앞으로도 양심에 따라 행동"
이날 법정에 하늘색 수형복을 입은 채 출석한 손 목사는 뒷짐을 진 채 미소를 띠고 서서 담담히 선고 내용을 들었다. 방청석은 교회 신도들과 보수 개신교인, 취재진 등으로 가득 찼다. 법정 앞은 이른 시각부터 긴 대기 줄이 생겼고, 일부는 자리가 없어 방청하지 못하기도 했다.
선고 직후 검사의 석방 지휘로 풀려난 손 목사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손 목사는 "지난 탄핵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게 아니다. 성경적인 가치에 따라 주장한 것일 뿐"이라며 "이건 자유의 문제다. 즉각 항소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책도 백 권 읽고 건강하게 나와서 다행이지만, 시민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대사관에서도 가족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우리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미국 목사님들 1만 명이 석방을 위해 서명해줬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계속 정치적 발언을 이어갈 것인지를 묻자 "판사는 판사대로 판단했고, 나는 내 양심과 신앙의 가치에 따라 판단한 대로 대가를 치르면 된다"며 "종교와 정치는 구분할 수 없다. 앞으로도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말해 유사한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