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엔 왜 '이해찬'이 없는 걸까[기자수첩]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성윤 의원(오른쪽 둘째부터)이 조문객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금 우리 당에 그만큼 상징성 있는 어른이 누가 있나 싶더라.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는다."
 
국민의힘 관계자 A씨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장례를 지켜보며 남긴 단상이다.
 
처음에는 거물급 정치인에 대한 향수인가 싶었다. 7선 국회의원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두 번 지낸 이 전 총리는 자타공인 민주당의 원로로 꼽힌다. 이 전 총리를 멘토 삼았던 이재명 대통령은 그를 "가장 존경하는 어른"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이 전 총리에 대한 당내 평가는 '왕년의 원로'에 그치지 않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임종 직전까지 현역이었던 그는 '중재자'기도 했다. 정청래 대표가 지난 29일 그와의 만찬 약속을 잡아놨던 것도 이 전 총리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반영한다.

심지어 사후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 대표가 쏘아올린 합당 이슈로 전운이 감돌던 당내 대립마저도 이 전 총리의 부고 앞에선 일순 잠잠해졌다.

물론, '상왕'으로까지 불린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린다. 다만 이 전 총리가 계파를 초월해 얻은 존경과 지지가 민주당을 '원팀'으로 이끌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반면, 한동훈 전 대표 제명으로 역대급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힘은 어떤가.
 
'헤어질 결심'에 사로잡힌 지도부를 말리는 이가 없지는 않았다. 초·재선 중심의 소장파는 물론, 당이 공인한 원로인 상임고문단까지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파국을 막지 못했다. 장동혁 대표를 향한 '쓴소리'가 속된 말로 씨알도 먹히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일부 고문들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한 전 대표를 제명하려는 장 대표를 강하게 비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진 일은 상징적이다.

30대 초반의 당 미디어대변인은 "정당사 유례없는 범죄 의혹을 받는 한동훈을 징계하면 당이 무너진단다. 평균 연령 91세 고문님들의 성토"라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쏟아냈다. 장 대표를 앞장서 변호해온 당권파가 원로의 고언과 권위를 대놓고 폄하한 셈이다.

이를 두고 재선의 B 의원은 "뚜렷한 차기 권력이 없는 당의 현실"이라며 한탄했다.
 
국민의힘은 민정당 때부터를 직속 역사로 본다면 그래도 30년이 훌쩍 넘은 정당이다. '이해찬'에 필적할 어른이 그렇게 없을까. A씨는 전(前) 국회의장과 전 의원, 전 도지사 등 몇몇을 나열하다가, 이내 거명을 포기했다.

단식중이던 장 대표가 "여기서 묻히겠다"던 의지를 접은 계기는 또 무엇이던가. 탄핵당한 옛 대통령이 국회 로텐더홀을 찾았을 때가 아니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깜짝 등장에 국민의힘 인사들마저 놀랐다. 과거에 묶여있는 국민의힘에 '어른'이 부재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 순간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쌍특검(통일교·민주당 공천 뇌물 특검)을 요구하며 8일째 단식을 이어가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단식 현장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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