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민간 업체 에스텔엔지니어링(에스텔)이 2024년 6월 전후로 우리 군과 접촉한 뒤 본격적으로 군용 무인기 사업을 추진한 정황이 포착됐다. 에스텔은 사업 초기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었는데, 2024년 중순부터 돌연 국내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우리 군과의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기반조성단 초대 단장을 지낸 오모 대령의 본격적인 등장과 공교롭게 맞물린다. 오 대령은 에스텔 영업이사이자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30대 대학원생 오모씨를 '공작 협조자'로 포섭하고 소통한 인물로, 이번 무인기 사태의 배후로 의심받는 인사다.
"국군서 관심 타진" 그때, 오 대령 정보사 조직개편TF 단장
2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사업계획서와 부승찬 의원실 등에 따르면, 에스텔은 사업 추진 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지난 2024년 6월~9월 "국군과 필리핀에서 관심 타진"이라며 "고객 접촉 및 후속기체 개발"이라고 적었다. 우리 군과의 소통이 있었던 시기에 무인기 기체를 개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30대 대학원생 오씨를 정보사 '공작 협조자'로 포섭하고 공작용 언론사를 지원하며 현금을 건넨 것으로 파악된 오 대령이 정보사 100여단에서 조직개편을 주도한 때와 겹친다. 오 대령은 지난 2024년 7월 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부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때는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의심받는 시기와도 겹친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드론작전사령부가 수차례에 걸쳐 무인기 약 20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전단을 달아 보냈던 작전의 계획을 2024년 6월쯤부터 수립했다고 특정한 바 있다.
"군과 무인기 대체 사업" 시기, 오 대령 기반조성단 단장
이후 에스텔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우리 군과의 소형 다목적 무인기 대체 사업"을 추진한다고 사업계획서에 썼다. 약 1년 동안 우리 군과 본격적인 무인기 사업을 추진하겠으며, 성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그런데 2024년 11월은 오 대령이 기반조성단을 이끌기 시작한 때와 겹친다. 조직개편TF 단장을 맡아 작업을 진행한 그는 기반조성단을 창설한 뒤 11월 1일 초대 단장으로 부임했다. 기반조성단은 첩보 수집과 작전 계획 등 정보사 휴민트(HUMINT, 인적 정보) 요원들이 해외에서 비밀공작 활동을 할 기반을 만들어주는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오 대령이 기반조성단의 수장이 되던 시기와 에스텔의 사업 추진 계획 시점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문상호 라인' 속초서 오기 전까지 에스텔은 나이지리아 사업
사실 에스텔은 사업 초기부터 2024년 4월까지는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한 무인기 사업을 추진·운영해 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최초에는 나이지리아에서 광산 경비, 해적 퇴치, 치안 유지 활동을 목적으로 사업아이템을 준비했다"고 사업계획서에 적었다. 그러나 2024년 5월 별안간 "최초 사업 실패 선언 및 후속 사업 탐색연구"를 이유로 "새로운 고객 유치 전략 수립"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이전 사업계획서에는 없던 에스텔 관계자로 '대북이사' 김모씨가 새롭게 소개되기도 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오 대령이 지방에서 정보사 100여단으로 올라온 건 2024년 초다. 2023년 말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부임하면서 속초에서 근무하던 오 대령은 100여단 일반 부대장으로 발령됐고 정보사의 중심에 서게 됐다. 에스텔이 사업 전략을 변경한 시점과 오 대령이 수도권으로 오게 된 시기가 멀지 않은 모양새다. 문 전 사령관은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尹드론사와 등장하고, 계엄과 함께 사라지다
에스텔 대표이사 장모씨와 대북이사 김씨, 그리고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하는 영업이사 오씨는 모두 군사기지및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으며, 출국도 금지됐다. 군경합동조사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1일 이들의 주거지와 대학 연구실,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에스텔의 설립 시점은 2023년 9월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 당시 드론작전사령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시기도 2023년 9월이다. 2022년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이 에스텔과 드론작전사령부의 설립·창설 배경으로 소개된 점 역시 유사하다. 드론작전사령부는 내란 특검에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한 부대'로 지목됐으며, 현재 폐지가 권고된 부대다.
에스텔의 끝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도 맞물린다. 12·3 내란 사태가 일어난 당시 에스텔은 2024년 12월 대학교 내 사무실에서 퇴거 조치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의 지원으로 설립된 에스텔이 매 학기 진행되는 심사에서 탈락해 사실상 쫓겨난 것이다.
앞서 오씨는 지난달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북측이 공개한 무인기가 본인 소행이라고 하면서 "북한 평산군 우라늄 공장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장 씨가 제작한 무인기를 보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지난해 9월과 11월, 올해 1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무인기를 북한으로 날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 일대에서 무인기를 날려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은) 멋대로 북한에 총을 쏜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걸 어떻게 과감하게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어떻게 민간인이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수사를 해봐야겠지만 국가 기관이 연관돼 있다는 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