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와 설탕, 전기료의 인위적인 상승에 영향을 미친 가격 담합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집중 수사를 통해 총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추산한 각 업권의 가격담합 규모를 더하면 10조원에 달한다.
2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국민 생활필수품 담합 사건을 집중 수사해 법인 16곳과 개인 3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은 구속기소했다.
최근 검찰은 밀가루 시장을 과점하는 제분사 7곳이 5조 9913억원 규모 가격 담합을 벌인 정황을 확인해 제분사 6곳 대표이사를 포함한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이다.
가격 담합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이어졌다. 이 기간 밀가루 가격은 2023년 1월 기준 최고 42.4%까지 뛰었다가, 그 후로도 담합 전과 비교해 22.7% 인상된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범행 기간의 밀가루 소비자 지수는 36.12%로 같은 시기 물가지수 상승폭(소비자물가 17.06%)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다고 검찰은 밝혔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설탕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3곳이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조 2715억원 규모 담합을 벌였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회사의 대표급 임원 2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9명과 해당 법인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담합 발생 전과 비교해 설탕가격은 최고 66.7%까지 인상됐고, 설탕 원재료인 원당가 상승 때는 가격 인상에 신속히 반영하고 원당가 하락 때는 가격 인하를 과소 반영하는 방법으로 제당사가 이익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엔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주한 가스절연 개폐장치 입찰과 관련해 6776억원 규모 담합을 적발해 4명을 구속,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장기간 벌어진 범죄로, 효성중공업·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 등 총 10개 법인이 가담한 사건에서 담합을 주도한 4개 회사의 임직원 4명을 구속하고 관련업체 임직원 등 7명과 8개 법인을 불구속기소 했다.
수사를 맡은 나희석 부장검사는 "담합 사건의 사업자들은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차례 적발에도 불구하고 동종 범행을 저질러왔다"며 "담합 범행이 근절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범행을 실제 실행한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경미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에 대한 과징금이나 벌금 처분만으로는 담합을 실제 행하는 회사 구성원 개인들에게 범죄를 억제하는 '위하 효과'를 전혀 주지 못하고, 오히려 법인에 대한 금전적 처분은 해당 물품의 관련 비용으로 처리돼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키는 황당한 결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에서는 2006년 가격 담합 시 적발된 개인이 아무런 제재처분을 받지 않은 채 계속 근무해 대표이사가 됐고 이번에 담합 범행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나 부장검사는 "법 집행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범행을 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는 검찰의 독자 논리가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또 전세계 주요국은 이미 법정형을 다 올렸고, 한국만 미국의 20년 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미국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된 개인의 수는 275명, 법인 91개로 개인이 월등히 많다. 개인 54.6%가 실형을 선고 받았고, 평균 형량은 징역 10개월 수준이다. 또 기업엔 최대 1억달러(약 1457억원), 개인에는 최대 100만달러(약 14억 5700만원)의 벌금형 선고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