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본부장, 美USTR 부대표 면담…'車안전기준·디지털' 협의

여한구 산업통상교섭본부장. 류영주 기자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재인상하려는 가운데, 한미 통상 당국이 11일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및 디지털 분야 등 비관세장벽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담이 미국의 관보 게재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데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한구 본부장, 릭 스위처 부대표 1시간 30분간 협의

산업통상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날 오전 9시 30분 방한 중인 릭 스위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을 만나 약 1시간 30분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해 한미가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기반한 비관세 분야를 두고 중점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서 한미 양국이 작년 11월 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 기준 동등성 인정 상한 철폐,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의무 등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미뤄볼 때 이날 자리에서는 자동차 안전 기준 및 디지털 분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한국이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준수하는 미국 원산지 자동차를 연간 5만대까지 추가 개조 없이 수입 가능하도록 한 '5만대 상한'을 폐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4만 7천대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은 온라인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입법 과정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망 사용료와 정밀 지도가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미국 빅테크들이 국내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망 사용료가 화두로 떠올랐다. 또 구글이 우리 정부 기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 정밀 지도 문제도 불거졌다.

여 본부장은 이번 면담에서 한국 정부의 한미 간 기존 합의 이행 의지를 재차 전달했다고 전했다. 또 조만간 한미 FTA 공동위 개최를 목표로 향후 세부 계획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한미 통상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도 USTR과 상시 소통 체제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보 게재 막을 수 있을까…한미 FTA 공동위 첫 발도 못 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무역대표부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이번 회담이 미국의 관보 게재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데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한국 관세 25% 인상 발표 이후 해당 내용의 관보 게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미가 협의 중인 관계로, 게재 절차는 통상의 경우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한미 관세 협상은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장관이 관세 협상을,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비관세 장벽 관련 협상을 주로 맡고 있다.

여 본부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번달 4일까지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스위처 부대표와 비관세 장벽 관련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여 본부장은 최근 한 달 동안 USTR 측과 5차례 접촉해 협상 중이다.

다만 관세·비관세 협상이 별개는 아니다. 앞서 조현 외교부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미국이 한국과의 비관세 장벽 관련 협상에서 진척이 없을 경우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해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고 한다"는 그리어 USTR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현재 한미 비관세 장벽 논의는 지난해 말 이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12월 한미 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실무 협의가 속도를 내지 못해 회의 일정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문제 모두 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인 데다, 논의 대상도 광범위해 양국이 결과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의 관세 인상 관보 게재 절차를 지연하거나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우리 통상 당국은 미 행정부의 관보 게재 전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여 본부장은 최근 방미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관보에 관세 인상 조치가 게재되더라도 즉시 시행인지 아니면 1~2개월의 유예 기간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관세 발효 시점을 지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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