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기자 지대 강제' 무효 판결…지역 언론계 '줄소송' 우려 비상

법원, 불공정 관행에 제동…전·현직 주재기자 유사 소송 잇따를 듯
민법상 10년 소멸시효 인정, 2억 5천만 원 반환 명령


지역신문 주재기자에게 신문 대금(지대) 납부를 강제한 약정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유사한 관행을 유지해 온 지역 언론계에 분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원이 그간 관행처럼 굳어진 불공정 운영 방식에 엄중한 법적 잣대를 적용함에 따라 해당 언론사들을 상대로 한 전·현직 주재기자들의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회사의 우월적 지위 이용한 '사실상 신문 강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단독(고상영 부장판사)은 광주 지역 모 신문사 주재기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언론사가 A씨에게 모두 2억 5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광주 광산구 주재기자로 근무하며 실제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매달 110만~280만 원의 지대를 회사에 납부해 왔다. 재판부는 해당 지대 약정이 사실상 '신문 강매'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무효로 판단했다.

특히 "지대 납부를 거부할 경우 지사 계약이 해지되고 근로관계까지 종료될 수 있는 구조였다"며 "회사가 고용을 담보로 불공정한 계약 체계를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사 측은 A씨가 반환을 요구한 지대가 지사 운영계약에 따라 지급된 금원으로 계약에 따른 정당한 지급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소멸시효 10년 적용… 반환 규모 대폭 늘어날 수도

이번 판결에서는 소멸시효 적용 범위가 주요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안이 무효 계약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임을 고려해, 상법상 5년이 아닌 민법상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A씨가 납부한 지대와 광고수수료, 보증금 등 2억 5천만 원에 대한 반환 명령이 내려졌다. 해당 신문사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퇴직금 회피용 가짜 위탁계약"… 기형적 고용 구조 직격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지역 언론계의 기형적인 고용 구조를 직격했다고 분석했다.

광주지역 노동활동가 이병훈 노무사는 "다수 일간지가 퇴직금 지급 의무를 피하기 위해 주재기자와 위탁계약을 맺으면서도 실제로는 지휘·감독을 하는 법리적 모순을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성을 부인하기 위해 형식만 위탁계약으로 둔 점이 문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탁계약이라면 명확한 정산 구조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주재기자제 전반의 구조 개선 시급… 경영 타격 우려도

판결을 계기로 지역 언론의 운영 구조 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주재기자 납부금에 의존해 온 경영 구조상 현실적인 타격도 예상된다.

이 노무사는 "이번 판결은 제도 전반의 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영 여건이 어려운 지역 언론사들이 이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주재기자들의 납부금이 사실상 신문사 운영 재원으로 활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며 "이 구조가 바로잡혀 수입이 끊길 경우 상당수 지역 신문사가 심각한 경영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역 언론계 '전전긍긍'… 분쟁 확산 가시화

이 노무사는 "지대 납부 강제가 불공정 거래로 판단된 이상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며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계약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와 후속 소송이 이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일부 주재기자들은 이미 A씨에게 재판 상황과 대응 방법을 문의하는 등 집단 움직임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주전남기자협회에 등록된 주재기자는 2025년 기준 140여 명으로 이들 중 상당수가 취재 업무 외에도 협찬 유치와 신문 배급 등 과도한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광주 지역 전·현직 주재기자들과 언론사들이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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