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국가가 책임…가습기살균제 피해 배상 적극 해석"

'국가배상' 체계 전환 특별법 본회의 처리 임박
기후부, 피해자 간담회 열고 이행 방안 설명
김성환 "인과관계 적극 해석해 배상 확대 노력"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 내 마련된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및 유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최서윤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국가 배상 체계 전환을 앞두고 "인과관계를 더 넓게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피해자 및 유족들과 만나 "국가가 책임 배상을 하기로 한 만큼 적극적으로 해석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에 마련된 피해자 소통공간에서 피해 구제(법률 개정 이후부터는 '국가 배상') 기준을 판단할 때 '연쇄적 개연성'을 폭넓게 인정해 달라는 피해자 및 유족들의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현재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 체제에서는 신청자를 심사해 폐 기능에 따라 피해 등급을 △초고도(FVC·FEV1·DLco가 정상예측치의 35% 미만) △고도(45% 미만) △중등도(45% 이상 55% 미만) △경도(55% 이상 70% 미만) △경미(70% 이상 80% 미만) △등급 외(80% 이상) 등 6가지로 분류해 구제를 실시하고 있다.

피해 등급을 받는 절차와 구제 심사가 까다로워 구제 대상이 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자 및 유족들의 주장이다.

최숙자씨는 구제 초기 1~4등급으로 나눈 분류 체계를 두고 "정부에서 소·돼지처럼 등급을 매겨 1·2등급만 피해자로 인정해 옥시가 합의해줬다"며 "저도 경미한 피해자지만 가족이 2013년 3월 49세로 사망했어도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은 "아버지가 옥시싹싹 살균제를 사용하다 아산병원에서 '원인 미상의 간질성 폐질환' 진단을 받고 이후 '폐결절'과 '폐암'으로 발전해 진단서를 첨부해 신청했는데도 4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피해 인정 체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사회적 참사로 규정하고 국가 배상 책임을 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지원 대책 이행 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가습기살균제참사19개단체 피해자연대는 간담회 시작 전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의 불합리한 조항을 조정하고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대통령이 피해자가 납득할 수 있는 온전한 배상 원칙을 천명한 것은 늦었지만 분명히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그 원칙이 입법 단계에서 피해자가 다시 신청서 서류 앞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인정을 받지 못했거나 피해 인정을 받았지만 등급 외로 분류된 피해자가 2천~4천 명에 달한다"며 "사망자 기준이 교통사고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신청 기한 6개월, 교통사고 기준의 사망 자료, 피해자 단결권 해체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특별법을 피해자의 목소리로 개정하라"고 요청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19개단체 피해자연대가 25일 서울 중구 제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의 불합리한 조항을 조정하고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최서윤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24일 국가 주도 배상체계 전환을 골자로 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고, 같은 날 국회 기후환경노동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정부·여당 대책 내용을 반영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김 장관은 "어제(24일) 본회의가 열렸지만 다른 사안으로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라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늦어도 3월 이내에는 특별법이 처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명히 사회적 참사임에도 참사로 인정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국가 배상 책임을 법에 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다시 한번 국가를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법안 처리 이후에도 필요한 조치는 수정·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후부는 이날 간담회 결과를 '가습기살균제피해지원종합누리집(www.healthrelief.or.kr)'에 공개하고, 피해자 건의 사항 가운데 하위 법령 등에 반영 가능한 사안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후부 소속 피해구제위원회 체제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 중심의 국가 배상 체계로 개편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가 배상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는 2006년 원인 미상의 폐손상 환자가 발생한 이후 2008년부터 정부가 원인 조사에 착수했고, 2011년에야 상관관계가 규명됐다. 이후 관계부처 합동 대책이 수립됐고, 2014년 7월 당시 환경부의 피해 구제가 시작됐다. 구제 신청자 8039명 가운데 현재까지 5971명이 피해자(구제급여 지급 대상)로 인정됐다.

지난 2024년 6월 대법원이 신규 화학물질 PHMG·PGH의 유해성 심사 및 공표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해당 물질을 함유한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피해 구제와 손해 배상 체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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