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수유동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인 20대 여성 김모씨가 범행 후 태연히 119에 직접 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라며 자신의 범행을 숨겼다.
25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김씨의 119 신고 녹취록을 보면, 지난달 24일 오전 3시 35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노래주점에서 김씨는 119에 직접 전화해 "노래방에서 같이 술을 먹다가 어떤 오빠가 취했다. 계속 깨웠는데 술에 만취해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관이 "병원에 갈 상황이냐 아니면 집에 데리고 가려고 하느냐"라고 되묻자, 김씨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이라 집 주소를 아예 모른다. 병원에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에 구급대원과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A씨를 치료했다. A씨는 당시 분비물이 나올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채로 귀가했다고 한다.
사실 김씨는 쓰러진 A씨를 방치한 채 현장을 빠져나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래주점 사장 B씨는 "(당시) 김씨가 '같이 온 남자가 잠들었는데 일어나지 않는다. 계산만 하고 먼저 나가도 되겠냐'고 물었다"며 "같이 온 사람이 있으면, 같이 퇴실해야 한다"고 김씨를 붙잡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가 마지못해 직접 신고를 하게 됐을 가능성이 나온다.
B씨는 들어갈 때만 해도 멀쩡했던 A씨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 등을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A씨가 건장한 체격이었고, 그들이 주문한 두 병의 술 중 한 병은 거의 마시지 않은 상태였으며, 술 역시 알코올 도수가 7도 정도에 그치는 '약한 술'이었다고 B씨는 기억했다.
김씨는 불과 나흘 뒤인 지난달 28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20대 남성에게 약물을 탄 숙취해소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달 9일에도 수유동의 다른 모텔에서 같은 수법으로 남성에게 약물을 먹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A씨 사건을 입건 전 조사(내사)하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최근 A씨를 불러 범죄 피해 사실과 범행 당시 전후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경찰은 A씨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