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고 옥외집회를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 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규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옥외집회에 대한 사전신고 의무는 합헌으로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미신고 옥외집회를 예외 없이 형사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국회는 2027년 8월 31일까지 헌재의 결정 취지를 고려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가 개정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들은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옥외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옥외집회 신고 의무를 규정한 집시법 제6조 제1항, 신고의무 위반 시 벌칙을 규정한 집시법 제22조 제2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먼저 사전신고 의무 자체에 대해서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옥외집회 신고사항은 질서유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정보이며, 옥외집회가 개최되기 48시간 전까지 사전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것이 지나치다고 볼수 없다"며 사전신고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미신고 옥외집회를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도록 한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헌재는 사전신고 의무를 위반한 옥외집회 주최자를 처벌하도록 한 집시법 제22조 제2항 중 '옥외집회'에 관한 부분은 재판관 4(헌법불합치):4(위헌):1(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 4명(김상환·김형두·정정미·오영준)은 "객관적으로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적고 실제로도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종료돼 위험성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는 미신고 옥외집회까지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처벌조항의 문제는 '옥외집회를 처벌하는 것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위험성이 적은 것이 인정되는 경우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전혀두지 않은 데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예외조항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자가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2명(정형식·정계선)은 집회 신고의무 이행은 행정성 제재만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전체적으로 위축시킨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법익침해의 정도가 질적으로 다름에도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자를 집시법상 금지되는 집회의 주최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과중한 형벌"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2명(김복형·마은혁)은 "일률적으로 사전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신고의무 불이행에 대해 예외 없이 형버로 제재하는 것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모두 단순위헌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한창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내고, 신고의무 위반을 형벌로 제재할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있다며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처벌조항을 즉시 무효로 할 경우 법적 공백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국회가 예외 사유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선 입법을 하도록 했다. 만약 시한 내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7년 9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이번 결정의 의의에 대해 "형사처벌은 행정규제와 달리 개별적·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행위의 반가치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성이 매우 적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조항을 둬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