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후폭풍…다보스포럼 총재도 자진 사퇴

브렌데 WEF 총재 자진 사퇴…"8년 반 의미 있었다"
호킹 비키니 여성 사진 공개…유족 "간병인" 반박

연합뉴스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2019년 옥중 사망) 관련 수사 자료 공개의 파장이 유럽 정·재계와 학계까지 확산하고 있다.

엡스타인과 교류한 사실이 드러난 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총재가 26일(현지시간) 자진 사퇴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심사숙고 끝에 WEF의 총재 겸 최고경영자(CEO)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8년 반 동안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수사 문건에는 브렌데 총재의 이름이 60여 차례 등장한다. 문건에는 그가 엡스타인과 비즈니스 만찬에 세 차례 참석하고 이후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담겼다.

브렌데 총재는 엡스타인을 '미국인 투자자'로 소개받았으며 과거 범죄를 알았다면 모든 초대와 연락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WEF 공동 의장 안드레 호프만과 래리 핑크는 별도 성명에서 외부 법률 자문의 독립 조사를 완료했으며 종전 공개된 내용 외 추가 우려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브렌데 총재의 사퇴로 알로이스 츠빙기가 임시 총재 겸 CEO를 맡게 됐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는 학계에도 충격을 줬다.

영국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문건에는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가 비키니를 입은 여성 두 명과 함께 있는 사진이 포함됐다.

사진은 2006년 3월 카리브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열린 과학 심포지엄 당시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행사는 엡스타인이 후원했으며 호킹을 포함해 과학자 21명이 참석했다.

일부에서는 사진 속 여성들이 엡스타인 성 착취 피해자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제임스 피블스는 "어느 순간 예쁘고 젊은 여성들이 나타나 말없이 서 있었다"며 "나는 그 젊은 여성들이 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호킹 유족 측은 사진 속 여성들이 호킹의 간병인이었으며 어디든 함께 다녔다고 반박했다. 유족 대변인은 호킹이 운동신경질환(NMD)으로 산소 호흡기와 휠체어, 24시간 의료 서비스에 의존해야 했다고 설명하며 "그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어떠한 암시도 잘못된 것이며 극도로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엡스타인 수사 자료 공개의 여파는 유럽 정치권과 왕실, 글로벌 기업·학계 인사들로도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은 엡스타인과의 인연이 드러나 '아랍세계연구소' 총재직에서 사임했고, 노르웨이에서도 전 총리와 왕세자빈 등이 거론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각계 유력 인사들과의 광범위한 교류로 알려진 엡스타인 사건이 재점화되면서 파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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