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했지만, 미국의 핵시설 해체 요구와 이란의 석유·가스 투자 제안이 맞서는 등, 양측 간 간극이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표인 스티브 윗코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는 강경한 요구안을 들고 협상에 임했다.
WSJ은 "(윗코프 등이) 행정부 내 강경파와 의회 공화당원들로부터 유화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합의에는 동의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 내 주요 핵 시설 3곳의 해체와, 남아 있는 농축 우라늄의 전량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또 어떤 핵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일몰 조항' 없이 영구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체결됐다가 2018년 미국이 파기한 이란 핵 합의(JCPOA)에 포함됐던 일몰 조항을 공화당이 "너무 약하다"고 비판해온 점이 반영된 데 따른 요구다.
이란이 고수해온 우라늄 농축 권한 문제도 쟁점이다. 이란은 현재 최대 60%인 농축 수준을 1.5%까지 낮추거나, 일정 기간 농축을 중단하거나, 아랍-이란 컨소시엄을 통해 처리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완전한 농축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당국자는 의료 목적의 매우 낮은 수준 농축은 허용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양보 역시 트럼프 행정부 강경파의 압박을 받고 있다.
제재 완화 범위를 놓고도 양측 이견이 크다. 이란은 핵 합의 성사 시 상당한 제재 완화를 기대하는 반면, 미국은 일단 최소한의 완화만 제안하고, 협정 준수 여부를 장기간 확인한 뒤 추가 혜택을 검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이 무력 충돌을 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 석유·천연가스 개발권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은 이를 통해 자국 내 '상업적 호황'을 만들고 전쟁을 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 기업의 이란 가스·석유 투자 제안이 논의됐지만 아직 공식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은 베네수엘라 사례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란은 2023년 기준 세계 3위 석유 매장량과 2위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 측은 다국적 검증 메커니즘 구성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함께 제3국이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주로 핵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면서도 "이란이 탄도 미사일 문제를 누구와도 논의하기를 거부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