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너무 올랐다" 기름값 폭등에 시름 깊은 시민들

부산지역 주유소도 휘발유값 1800원대
주유량 줄이는 시민들…주유소 직원도 "가파르다"
택배노동자 "정부, 가격 안정 위해 나서주길"

5일 부산 수영구의 한 주유소 전광판에 휘발유 가격이 1869원으로 표시돼 있다. 김혜민 기자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지나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부산지역 기름값이 이미 1800원 대를 넘어서자 시민들은 주유량을 줄이고 있고, 운송 노동자들은 시름이 깊어져 간다.

5일 부산 수영구 한 주유소 전광판에는 '휘발유 1869원', '경유 1849원'이라는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주유를 위해 차에서 내린 한 운전자는 가격을 확인한 뒤 혀를 내둘렀다.
 
하모(44·남)씨는 "일주일 전에 주유했을 때는 1600원 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새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다. 올라도 보통 40~50원씩 오르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올랐다"며 "5만 원어치 넣으려다가 부담돼서 4만원어치만 넣었다"고 말했다.
 
주유소 관계자들도 가격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유소 직원 김모(51·여)씨는 "중동 전쟁이 터진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됐는데 가격이 110원이나 올랐다. 정유사에서는 이미 2천 원 가까이 가격을 올린 실정인데, 고객 부담을 생각해 가격을 올리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며 "마진을 붙이면 2천 원을 넘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정부에서 가격 안정을 위해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 남구 한 주유소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인근에서 최저가로 꼽히는 주유소임에도 '무연 1850원', '경유 1800원'으로 1800원대를 넘긴 상태였다. 주유기 앞에 선 손님들은 가격을 확인한 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적은 양을 넣었다.
 
운전자 김모(55·남)씨는 "2주 전에 넣었을 때 1600원 정도였는데 10% 넘게 금액이 오른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진 않지 않느냐"면서 "10만 원어치 넣으려다 7만 원어치만 넣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 등 운송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택배기사들은 국내 정유사들이 빠르게 값을 올리면서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택배노조 부산지부 신새벽 사무국장은 "가격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른 건 코로나19 시기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며 "택배기사 대부분이 대리점에 소속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유류비를 직접 부담한다. 배송지와 터미널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달에 30~60만 원 상당을 기름값으로 쓰고 있는데 유가가 더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 주유소에 있는 기름은 이란 공습 이전에 들여온 것일 텐데 가격이 이렇게 빠르게 오르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유가 안정 관련 언급을 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5일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김혜민 기자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국제 보통휘발유 가격은 지난 3일 배럴당 95.58달러에서 4일 99.66달러로 하루 만에 4.27% 올랐다. 국내 기름값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부산지역 보통휘발유 가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달 28일 기준 리터당 1671.64원에서 이달 4일 1772.86원으로 불과 나흘 만에 100원(6%) 넘게 올랐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 여파가 국내 휘발유 가격으로 반영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낮은 가격에 들여온 원유를 정유사에서 정제해 주유소에 판매하는 물량이 일정 기간 시장에 남아 있는 만큼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기름값에 곧바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적이 일자 이재명 대통령은 '유류 바가지'를 단속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신속하게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을 이용해 돈 좀 벌겠다고 혼란을 주는 것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며 "갑자기 소비가격 자체가 이렇게 폭등하는 건 국민이 겪는 국가적 어려움을 이런 상황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유사의 담합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석유사업법 23조를 보면 가격이 급등한 경우는 최고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 조치를 통해 이런 위기상황을 이용해서 부당하게 돈을 버는 행위가 용납되지 않도록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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