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소녀, 화려하고 간절한 음악을 하는 '코스믹-판타지' 그룹[파고들기]

[기획] 우주소녀 데뷔 10주년 ① - 우주소녀라는 팀

2016년 데뷔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그룹 우주소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중력에 붙잡힌 거대한 판타지, 그러나 아련하게 빛나는 별의 무리" (김도헌)
"현세대 K팝 최고의 '코스믹-판타지'를 그려내는 소녀들" (마노)
"혼돈의 세계 속에서 진정 붙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를 선택하기를 반복하며 진화한 걸그룹" (미묘)
"섬세하게 직조된, 결코 유약하지 않은 소녀의 꿈 속 세계" (박희아)
"오마이걸(OH MY GIRL)과 함께, 3세대 K팝의 핵심 키워드인 '몽환·청순'을 상징하는 걸그룹" (장준환)
"비범한 자생력을 지닌 자수성가형 걸그룹" (황선업)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짜릿한 환상을 갖게 하는 '우주'에 착안해, 단순히 하나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세계관을 갖춘 한중 합작 다인원 걸그룹이 우주소녀(WJSN)의 출발이었다. 우주소녀는 '고유하고 뚜렷한' 음악과 세계관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노 음악평론가는 "우주소녀의 음악은 듣자마자 '아, 우주소녀다'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척 특징적"이라며 "반짝임을 잔뜩 품은 화려한 신스 사운드, 화사함을 한껏 더해주는 오케스트레이션, 메인보컬 연정을 주축으로 한 쨍한 음색의 보컬"이 결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인원이라는 점을 최대치로 활용한 입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역동적인 퍼포먼스도 시그니처"라고 전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예쁘면서 서정적인 노래를 전자악기 위주의 댄스 팝 편곡으로 들려주는 팀"이라며 "데뷔 초에는 '우주'라는 키워드를 귀여운 싸이파이(sci-fi)처럼 풀려 했다면, 연정이 합류한 '비밀이야'(Secret)부터는 감수성 예민한 소녀가 광활한 우주로부터 느낄 법한 운명적인 서정성을 중심으로 풀어 나갔다"라고 짚었다.

정규 1집 '해피 모멘트'의 타이틀곡 '해피' 활동 당시 우주소녀 모습. 우주소녀 공식 트위터

그는 "'해피'(Happy) 같은 변화구도 있지만, 우주소녀 대표 이미지는 '비밀이야' '부탁해'(Save Me, Save You) '이루리'(As You Wish) 등으로 보여준 정서다. 비장한 서사의 판타지 마법 소녀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어울릴 법한, 그러나 그 비장미에 매몰되지 않고 K팝다운 마감으로 예쁘게 구현해 낸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한 명 한 명이 독특하면서 예쁜 음색을 갖고 있어서, 어떤 파트를 어떤 시퀀스로 들려주는지가 감상의 상당 부분을 좌우한다"라고도 했다.

우주소녀가 몽환적이면서도 넓은 공간감을 지닌 "벅차오르는 신스팝"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증명했다고 바라본 김 평론가는 "이러한 과정은 K팝 세계관이 치밀해진 오늘날에도 흥미로운 설정"이라며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 '해피'나 '부기 업'(Boogie Up)이 아닌 '이루리'나 '부탁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밝혔다.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우주소녀'라는 이름에 충실하게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아기자기한 사운드 디자인을 기반으로, 사춘기 소녀의 꿈속처럼 예민한 감수성으로 충만한 세계를 구현했다"라며 "이제 갓 사랑을 만나 혼란에 빠진 여린 소녀의 목소리로 불안과 초조함, 동시에 기대감을 표현하면서 궁극에는 희망을 좇는 메시지, 유연정과 엑시의 파워풀한 소리로 결코 약하지는 않은 단단한 내면을 그려낸다"라고 밝혔다.

초창기부터 등장한 '마법 학교'라는 세계관도 우주소녀라는 팀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우주소녀의 초창기 3부작 '비밀이야' '너에게 닿기를'(I Wish) '꿈꾸는 마음으로'(Dreams Come True)에서 멤버 개개인을 별자리에 매칭시키고, 별자리를 '마법 학교'라는 구체적인 서사 공간으로 가져와 흥미로운 세계관을 구축했다"라고 말했다.

미니 2집 타이틀곡 '비밀이야' 콘셉트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준환 음악평론가는 "'우주'와 '소녀'라는 판타지 정체성을 유지하며 다채로운 음악적 변주로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확장해 온 점이 두드러진다"라고 언급했다. 최지선 음악평론가는 우주소녀를 "코스믹 판타지와 몽환적 서정을 담아 자신만의 '우주'를 지켜온 그룹이자, 소녀의 기복(祈福)을 우주적 서사로 승화시키며 서정적 웅장함으로 직조한 성좌(Constellation)"라고 표현했다.

앨범마다 차이는 있어도 우주소녀가 가진 근본적 특질이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소녀의 이미지"라고 한 최 평론가는 "다국적 대형 그룹으로 출발해 치열한 걸그룹 전쟁 속 생존해야 했던 이들에게,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 및 신비로운 마법의 은유는 소녀(들)의 간절한 꿈과 소망을 드러내는 우주소녀만의 특별한 기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사랑이나 꿈에 대해 '간절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마음에도 맞닿았다"라고 덧붙였다.

마노 음악평론가는 "세계관을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탄탄한 디스코그래피와 멤버들의 충분한 이해력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 본다. 세계관을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프로덕션의 귀감이 될 선례라고 할 만하다"라고 바라봤다.

우주소녀가 "애니메이션 친화적인 디스코-펑크, 존재감 강한 세계관과 특수촬영물의 영향이 엿보이는 키치적 질감으로 시작해 대표적인 남초 팬덤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라고 한 미묘 음악평론가는 "세계관이 너무 강조되는 것도 매력 없고, 너무 구체적이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문제여서 한계에 봉착했다. 걸그룹 시장의 판도도 점차 여성 팬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다"라며 이를 '돌파한 과정'에 주목했다.

미니 4집 타이틀곡 '꿈꾸는 마음으로' 콘셉트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적으로는 디스코-펑크에서 오밀조밀한 사운드와 그루브를 살리고, 정서적으로는 키치를 팝적인 유쾌함과 가요적 친숙미로 대체하면서 K팝적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우주에서 온 소녀들'이라는 콘셉트는 '우주를 가로지르는 소녀의 의지'로 전환했다"라는 설명이다.

그는 "화려하고 즐거우면서도 늘 간절한 우주소녀의 노래는 부서지려 하는 원석을 더 멋지게 세공해 낸 놀라운 경험"이라며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음원 차트 지향 걸그룹의 패러다임에서 4세대 걸그룹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를, 고군분투하며 정면으로 통과한 기록"이라고 부연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여러 위기를 겪었음에도 음악 활동 영역을 스스로 넓혀 왔고, 데뷔 1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도 신곡 발표를 통해 팬들에 대한 감사와 성의를 꾸준히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백기를 단순히 버텨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량을 바탕으로 영리하게 시간을 활용하며 팀을 유지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생력'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또한 황 평론가는 "완전체 활동뿐 아니라 서브 유닛의 적극적인 활용, 작품·예능 등 개인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우주소녀는 상당히 유연한 방향성을 지닌 팀"이라며 "대형 그룹 안에서 각 멤버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었고, 이는 팀 전체의 입체감을 만드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러한 개별 활동이 단순한 기획 차원이 아니라 멤버 각자의 고민과 노력 속에서 만들어진 사례가 비교적 많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라고 평했다.

미니 9집 타이틀곡 '언내추럴' 콘셉트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랜디 서 평론가는 "우주소녀의 역사는 마치 3세대 K팝 아이돌의 역사를 압축해 담은 듯하다. 한한령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혼란한 시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음악의 줄기를 만들어온 점, 지금도 'K팝' 하면 떠오르는 안무·의상·비주얼을 꾸준히 선보여온 점, 음색이 좋은 보컬이 다양하게 포진된 그룹 구성 등이 그렇다"라고 밝혔다.

우주소녀가 서바이벌 프로그램 '퀸덤2'에서 우승한 것을 "자신들을 증명한 주요 분기점"이라고 한 최 평론가는 "실력 면에서도 성장하는 아이돌의 전형이다. 멤버 변화나, 소속사 리스크 등 여러 위기가 닥쳤지만 음악적으로 성장하며 자신들만의 영토를 지키고 가꿔왔다"라고 전했다.

최 평론가는 "창작 역량을 키우며 팀의 색깔을 만드는 데 일조한 엑시, 시원한 보컬의 연정, 팀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 온 보나 등을 비롯해 각 멤버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결합해 '원 팀'으로의 밀도를 높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그룹처럼 유닛이나 개인 활동을 겸해 흩어지는 일이 많아졌지만, '우주'라는 거대한 중력 안에서 여전히 확장 중이다. 이들의 10주년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속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유의미한 시간으로 남기를 기대한다"라고 바랐다.

2022년 낸 싱글 '시퀀스' 콘셉트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기념일을 맞아 지난달 25일 낸 신곡 '블룸 아워'(Bloom hour)를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다. 장 평론가는 이 곡을 "변함없이 곁을 지킨 팬들을 향한 보답과 같은 곡"이라며 "유행의 반감기가 점차 줄어드는 K팝 시장에서 여러 곡절을 딛고 달성한 '우주소녀 10주년'이라는 기록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적 서사가 된다"라고 밝혔다.

랜디 서 평론가 역시 "어려운 굽이굽이를 의리와 발군의 노력 등으로 극복해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는 보나, '바디'(BODY)로 확실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다영 등이 이번 컴백 '블룸 아워'에 함께한 것을 보며 쉽지 않은 '따로 또 같이'를 잘 해내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주도적인 방향보다 일회성 기획의 결과물이 등장하고, 멤버 이탈과 대중성을 의식하는 유닛 활동 및 개별 활동으로 인해 뜻한 바를 모두 펼치지 못한 그룹이기도 하다"라며 '블룸 아워'에 관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싱글이라는 점에서, 또한 아이브(IVE)와 키키(KiiiKiii)의 성공 사례를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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