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마두로 체포' 이끈 AI…실전 활용이 던진 질문

미군, 이란 공습·마두로 체포 작전에 '클로드' 활용
군사 작전 현장에서 대체 불가재로 떠오른 AI 기술
한국도 '클로드' 개발사 엔트로픽 접촉…AI 활용 논의 확산
전쟁 시뮬레이션서 AI 95% 핵 선택…군사 AI 한계 지적도


미국의 이란 공습과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에서 인공지능(AI)이 실전 수준으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AI가 현대 전쟁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전쟁 시뮬레이션에서 AI가 높은 확률로 핵무기 사용을 선택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면서, AI 시대에도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이 통제해야 한다는 경고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란 공습·마두로 체포 작전에 '클로드' 활용

 
8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군사 작전에 AI가 활용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악시오스(Axios)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최근 미군이 이란 공습 작전 과정에서 AI 기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작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AI 기업 엔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대형 언어모델 '클로드(Claude)'가 작전 준비 과정에서 정보 분석과 데이터 통합 도구로 활용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미군이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작전에서도 클로드 기반 분석 시스템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정보와 통신 데이터, 공개 정보(OSINT·오픈 소스 인텔리전스)를 동시에 분석해 작전 준비 과정에서 정보 판단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흐름을 두고 AI가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군사 의사결정 체계의 핵심 지원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 전쟁에서는 위성·전자정보·통신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인간 분석만으로는 속도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연구교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인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대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요약할 수 있다"며 "위성 정보나 다양한 첩보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여러 작전 시나리오를 빠르게 만들어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군사 분야에서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 논쟁 넘어 군사 현장으로 들어온 AI

 
특히 군사 분야에서 AI의 효용성은 정치적 논쟁이나 규제 압박에도 불구하고 실제 작전 현장에서는 계속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트루스소셜에서 엔트로픽의 AI 기술을 "현실을 왜곡하는 편향된 좌파 기업"이라고 비판하며 연방정부 기관의 사용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시는 미 국방부가 클로드를 자율 무기나 핵 시뮬레이션 등으로 확대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엔트로픽이 서비스 약관을 근거로 거부한 데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이란 공습 과정에서 미군이 엔트로픽의 AI 클로드를 활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AI 기술이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대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전략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인간이 AI를 따라가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AI가 작전 계획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빠르게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엔트로픽 접촉…AI 활용 논의 확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이 2월 1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6 인도 AI 영향 정상회의(India AI Impact Summit 2026)' 일정 중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엔트로픽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양자 면담을 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정부와 AI 기업 간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 인도 AI 영향 정상회의(India AI Impact Summit 2026)'에 대한민국 수석대표로 참석해 다리오 아모데이 엔트로픽 CEO(최고경영자)와 양자 면담을 가졌다.

과기부 관계자는 "지난 1월 엔트로픽이 공개한 에이전트 AI '클로드 코워크(Claude CoWork)'가 소프트웨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향후 산업에 미칠 영향과 AI 안전 분야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요 국가들은 민간 AI 기술을 자국 행정·군사 시스템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빠르게 마련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가 전쟁에 활용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됐던 흐름"이라며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군사 활용에 대한 윤리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남북이 대치한 우리 같은 나라에서는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독자적인 AI, 이른바 '소버린 AI'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AI 95%가 전쟁 시 핵 사용 선택

AI 군사 활용 확대와 함께 위험성에 대한 연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영국 아버딘대와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전쟁 시뮬레이션 연구에 따르면 주요 대형 언어모델을 국제 분쟁 상황에 투입했을 때 상당수 AI 모델이 핵무기 사용을 선택하거나 핵 위협에 나서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1번의 시뮬레이션 가운데 약 95%의 경우에서 AI가 핵무기 사용 또는 핵 위협을 선택했다.

연구진은 AI가 이런 선택을 하는 이유로 AI가 전쟁의 윤리적 맥락을 인간과 같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AI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상을 경험적 공포가 아니라 데이터로 이해한다"면서 "목표 함수가 승리 확률 극대화로 설정될 경우 핵무기를 전략적 옵션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AI가 핵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이라면 결국 인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며 "AI의 군사 활용이 확대되는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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