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선급 경선'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군이 잠잠하다. 광역자치단체장 최초로 5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시장 외 공식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윤희숙 전 의원뿐. 오 시장의 가장 유력한 맞상대였던 나경원 의원은 여전히 장고(長考) 중이다. 경선 흥행을 고민 중인 지도부는 성남 분당이 지역구인 안철수 의원의 참전을 물밑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 국민의힘 당직자 A씨는 최근 출마를 맘먹었다. 낙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퇴사할 결심'이다. 그럼에도 A씨는 간판의 후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逆)발상이 자신을 움직였다고 했다. 동시에 역대급 구인난 속에서도 '정치 초짜'로서 '컷오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며 웃었다. 당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료들은 아직도 접수를 만류 중이다.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접수가 진행 중인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두 장면이다.
지난 3일 이정현 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어려운 때가 더 기회다. 국민은 새 얼굴을 원한다"며 '시대 교체'를 강조했다. 또 "안전한 길이 아니라 험한 길에서 자신을 증명해 달라. 어려울 때 앞에 서는 사람이 진짜 지도자"라고 호소했다. 계엄 때보다도 떨어진 당 지지율과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극명한 판세 상 험지일수록 출마 회피 경향이 뚜렷한 탓이다.
공관위는 더 나아가, 현 단체장들에게 '직(職)을 걸 각오를 하라'고 했다. 현역 프리미엄에 근거한 '단수 공천'을 안일하게 기대하지 말란 것이다. 관성대로 선거를 치러선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위기감만은 진심일 것이다. 전열 재정비와 분위기 쇄신차 추진했던 당명 개정이 보류되자, 이제 쓸 카드도 마땅치 않다.
공천이 임박한 시점에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배경이다. 정치권의 오랜 격언을 현재 국민의힘에 대입하면 '당선 유·불리를 재지 말고 솔선해 출마해 달라' 정도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수성이 목표인 곳조차 국민의힘엔 험지가 됐다는 점이다. 최근 안 의원을 만난 한 지도부 인사는 부산시장 출마를 권유하며 '그게 대권 가도에도 좋다'는 취지로 설득했다고 한다.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권했단다. 안 의원의 출신과 이력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경기도가 지역구인 현재로서는 개연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선택지들이다. 안 의원 측에선 '한 번도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힌 적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내비쳤다.
그만큼 후보 기근이 심각하다는 방증인데, 기초단체장 등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이 주를 이룬 인재 영입 또한 괄목할 서사나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새 정치'를 강조한 공관위 기조와 엇박자로 보이는 모습들도 엿보인다. 10·29 이태원참사의 여파로 탈당했던 서울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은근슬쩍 복당을 꾀하는가 하면, 백지신탁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졌던 박강수 마포구청장에 대한 당 윤리위 징계에 반발하는 움직임 또한 관찰된다. 결국 '모병'이 어렵다 보니 리스크가 있어도 웬만하면 현역에 기댈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간의 상황을 지켜본 한 당 관계자는 '선당후사'의 주어가 누구인지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과거의 용례와 달리, 의미가 퇴색된 것 같다"는 토로였다. 개인의 이익보다 당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는 지도부가 보여야 할 모범이지, 당내 비판으로부터 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절윤(絶尹)' 문제로 충돌한 단체장에게 직을 걸라고 했던 당대표나, 당에서 제명된 전직 당대표의 '백의종군'을 요구한 의원 등도 거론했다.
'희생'은 없고 '훈수'만 남은 당을 보고 있노라면, 예전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른다. "나만 아니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