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임산부에게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하는 것만큼 가혹한 일은 없습니다. 피하지 못한다면 건강하게 즐겨야 합니다." 서울의료원 산부인과 황인철 주임 과장은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프로그램 <의사결정>에 출연해, 임산부들이 겪는 야식 충동에 대한 따뜻한 조언과 의학적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황 과장은 임신 중 야식이 당기는 이유로 실제 열량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 통증이 배고픔처럼 느껴지는 '공복통(Hunger Pain)' 현상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태명을 부르며 "아이가 먹고 싶어 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황 과장은 "그건 엄마의 핑계일 뿐"이라며 유쾌하게 선을 그었다. 생물학적으로 태아는 엄마의 영양분이 바닥날 때까지 스스로 알아서 영양을 가져가기 때문에 별도의 음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야식은 임신 기간 중 고생하는 '엄마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며,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아에게 당뇨를 물려줄 건가요?" 임신성 당뇨의 무서운 진실
임산부가 야식을 먹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연 '당(Sugar)'이다. 황 과장은 최근 논문을 인용하며 "뱃속의 아이가 엄마의 당이 높다는 것을 절대 눈치채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엄마의 혈당이 높으면 태아는 뱃속에서 이미 고혈당 상태에 '프로그래밍'되어, 태어난 후 소아비만이나 당뇨를 겪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를 잇는 만성 질환의 시작이 엄마의 식습관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방지하기 위해 단당류와 정제 탄수화물, 기름진 음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는 기본적으로 고콜레스테롤 혈증 상태에 놓여 있어 기름진 야식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황 과장은 "야식을 즐기되 혈당이 180 이상 치솟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자극적인 맛으로 일시적인 울렁거림을 달래기보다 장기적인 건강을 생각한 메뉴 선택을 주문했다.
"5분이면 충분합니다" 요리하는 의사의 추천 레시피
배달 음식의 자극적인 유혹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집에서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메뉴에 주목해야 한다. 황 과장은 항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이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토마토를 최고의 야식 식재료로 꼽았다. 특히 토마토는 살짝 볶았을 때 리코펜 함량이 4~5배까지 높아지므로, 올리브 오일에 볶아 발사믹 식초를 곁들인 '토마토 발사믹 볶음'은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5분 완성 레시피다.
단백질이 당길 때는 삶은 계란을 으깨 견과류와 올리브 오일을 섞어 먹거나, 포만감이 높은 찐 양배추, 고구마 등을 추천했다. 음료로는 카페인이 없는 보리차나 곡류 차, 저지방 우유가 적합하다. 황 과장은 "야식의 본질은 배고픔 해결뿐 아니라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있다"며, 건강한 음식을 천천히 즐기고 섭취 후 한두 시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며 숙면을 준비하는 패턴을 권장했다.
"한 번의 일탈에 죄책감 갖지 마세요"
강한 매운맛이나 신맛이 당기는 현상은 임신 초기 겪는 느끼함과 울렁거림을 잊기 위한 일종의 리프레시 과정이다. 황 과장은 "너무 매운 음식을 먹었다고 아이가 빨갛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가끔 찾아오는 강렬한 야식 충동에 대해 지나친 강박이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다독였다. 도저히 참기 힘들 때의 한 번 정도의 일탈은 오히려 임산부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배달 음식은 대부분 열량이 지나치게 높고 자극적이므로 지양하는 것이 좋다. 남편들이 요리가 귀찮아 배달 앱을 켜기보다, 아내를 위해 채소를 직접 씻고 손으로 툭툭 잘라 올리브 오일을 곁들여 내놓는 작은 정성이 필요하다. 황 과장은 임신 40주는 단순히 태아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내 몸을 지키는 한 줄 처방전
황인철 과장은 야식의 유혹 앞에 놓인 임산부들에게 "피하지 못하면 즐겨라"라는 명쾌한 메시지를 전했다. 참기 힘든 배고픔을 억누르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건강한 요리로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뜻이다. 결국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믿음으로, 태아를 위한 절제 이전에 엄마의 마음을 먼저 보듬는 40주를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신 40주라는 긴 여정 동안 가장 소중히 보살펴야 할 대상은 태아 이전에 엄마 자신이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자신을 대접하고 위로하는 올바른 야식 습관이 쌓일 때, 엄마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건강한 출산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