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한국 경제 '퍼펙트 스톰' 우려

연합뉴스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두 가지 이상 악재가 동시에 발생해 나타나는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가 급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가운데 원화 약세와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경기 둔화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0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으며 장중 11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번 유가 급등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직접원인 원인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과 중동 지역 주요 산유국 생산 차질이 겹치면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공급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2%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는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가격 상승 영향으로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석유 제품은 가계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다 물류비와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전날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했다. 특히 전날 오전 지수가 전장 대비 8% 이상 하락해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했다. 국제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환율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 상승 압력을 한층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 성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0%로 전망하고 있지만, 국제 유가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연평균 유가가 150달러에 이르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8%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 소비자물가는 2.9%p 급등하고, 경상수지 감소액은 76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와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진환 기자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물가뿐 아니라 기업 생산 비용과 공공요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윤상하 국제거시팀장은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 반영은 물론, 생산활동에도 반영이 돼 비용이 올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전기 생산 비용도 오르면서 공공요금 압박도 있을 것이고, 원화가 기축 통화가 아니다 보니 원화 약세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 팀장은 중동 사태가 두 달 안에 종료한다고 가정해도 "(중동 사태의) 여파는 시차를 두고 밀려올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한 분기 이상의 충격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동 긴장이 완화되더라도 현지 원유 생산 시설 복구나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선박의 해상 운송 보험 문제 등이 남아 있을 경우 공급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더 오래 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동 사태가 빨리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을 두고 준비를 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선제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국내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주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 등 비상경제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중동) 상황 발생 이전을 기준으로 최고 가격을 설정할 것"이라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받는 원유 도입량은 하루 170만 배럴 수준으로, 이에 비해 한국이 비축한 석유량은 1억 9천만 배럴로 208일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 상황 장기화에도 대비 중이라며 "산유국과 공동 비축한 물량인 0.2억 배럴도 우선 구매권을 행사하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으며,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도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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