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조기 종식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이란의 발빠른 최고지도자 선출, 그리고 혁명수비대(IRGC)의 결사항전 등 향후 전쟁 전개 양상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이란 항복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이 판단"
실제로 이란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는 등 전열을 빠르게 재정비했다.이란 혁명수비대는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는 등 국제유가 급등을 무기로 글로벌 경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가뜩이나 무차별적 관세 인상에 따른 미국 내 물가 상승 움직임이 트럼프 행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에 따른 추가적인 물가 불안은 11월 중간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반영하듯 이란의 항복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의 상황 판단만으로 전쟁이 종료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와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궁극적으로 작전은 최고사령관(대통령)이 군사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이 자신들의 (항복) 선언 여부와 무관하게, 완전하고 무조건적 항복 상태에 이르렀다고 (미국이) 판단할 때 전쟁이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명시적으로 항복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에 대한 위협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판단될 경우 일방적으로 종전을 발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이란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원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뜻은 이란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해 더이상 신뢰할 만한 직접적 위협을 가하지 않을 때 이란이 무조건 항복 상태에 이르렀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해군, 공군, 통신망 등이 사실상 전부 파괴됐다"며 "전쟁이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the war is very complete, pretty much.)
미군 사망자 7명, 부상자 140명…반전 분위기 우려
여기에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반격 등으로 미군 사망자와 부상자가 크게 늘고 있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미군 140여명이 다쳤고, 8명이 중상을 당해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미 국방부가 이란 공습 이후 미군 부상자 수치를 고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이란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던 벤저민 페닝턴 육군 하사가 끝내 숨지면서 미군 내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이란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의 사상자가 늘어날 경우, 민심 이반 현상을 더 거세질 수 있다.
특히 로이터통신이 미군의 피해 규모를 단독 보도하자, 미 국방부가 마지못해 부상자 규모를 뒤늦게 공개한 것을 두고도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국방부가 사전에 미군 부상자 규모를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의회 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의회 보좌관을 인용해 "그냥 인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 그것이 미군 장병들에 대한 (국방부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오락가락' 하는 트럼프 메시지는 변수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평소 즉흥적 언사를 남발한다는 점에서 이란 전쟁 조기 종식 가능성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은 거의 끝났다"고 언급한 당일, 공화당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상반된 메시지를 내놨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기뢰가) 지체 없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결과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여기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역시 "오늘은 이란에 대한 공격이 가장 격렬한 날이 될 것", "이란은 고립됐으며 처참히 패배하고 있다", "가장 많은 전투기와 폭격기, 가장 많은 공습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는 등 전쟁 조기 종식 전망과는 먼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쟁은 언제 끝날까? 트럼프의 반응은 제각각'(When Will the War End? Trump's Responses Are All Over the Place)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NYT는 해당 기사에서 이란 공습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의 모순되는 발언을 나열하면서 "이런 입장 변화로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가능성은 활짝 열려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