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부산 공공부문 하청노조 교섭 요구 잇따라

12일 기준 부산서도 원청 교섭 요구 5건
부산교통공사·구청 상대 교섭 요구 잇따라
하청노동자들 "노동 여건 개선 기대"

부산도시철도 청소노동자들이 역사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노란봉투법' 시행 직후 부산에서는 공공부문 하청노조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잇따라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실질적 사용자)'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노동 여건 개선의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부산고용노동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부산에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사례는 12일 기준 5건이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 구·군 생활폐기물 민간 위탁업체 노동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콜센터·시설관리 노동자 등 모두 공공부문이다.
 
부산교통공사 자회사인 부산도시철도 운영서비스 소속 노동자들이 결성한 2개 노조는 원청인 부산교통공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들 노조 조합원은 1100여 명 규모로, 도시철도 역사 청소와 기술, 콜센터 등 업무를 맡고 있다.
 
교섭 의제는 크게 역사에 있는 환경사 샤워실·대기실 개선 등 복리 후생. 터널 물청소 안전대책 강화 등 노동안전 분야다. 부산교통공사는 절차에 따라 오는 17일까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뒤 18일부터 23일까지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며 실제 교섭까지는 한 달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오는 23일까지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를 할 계획이다. 이후 자회사 노조가 2곳인 복수노조 체계인 만큼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된다"며 "본격적인 교섭 개시는 다음 달 말 정도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초지자체 생활폐기물 민간 위탁업체 노동자들도 원청인 구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는 부산 남구청·연제구청·북구청 등 3개 구청에 교섭 요구서를 제출했다. 지역별로 남구 60여 명, 연제구 10여 명, 북구 4명으로 민간에 위탁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자산관리공사 자회사인 캠코FNC와 캠코CS가 교섭을 원청을 상대로 요구했다. 이들은 콜센터와 청소, 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 여부와 교섭 가능 의제를 판단하게 된다.
 
그동안 하청노동자 사이에서는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의 결단 없이는 자회사 노사나 위탁업체와의 교섭만으로 임금이나 인력 규모, 근무체계와 같은 중요한 노동 여건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번 법 시행으로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하청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노동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한 도심 거리에서 생활폐기물 수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박진홍 기자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 정찬수 사무국장은 "그동안 자회사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할 때 모회사인 부산교통공사와는 직접 협의할 수 없었다. 자회사 용역비를 모회사가 결정하는 구조인 만큼 핵심적인 근로 조건을 논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올해 처음으로 원청과 직접 교섭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노사 관계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김재민 조직국장은 "구청이 생활폐기물 수거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때 매년 원가를 산정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한다"며 "이 과정에서 책정된 금액에 따라 인력 규모나 임금 수준 등이 결정돼 왔는데, 이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원청인 구청에 직접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관리법에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수거 작업을 주간 근무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야간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이런 근무 형태 개선 문제도 직접 요구할 수 있는 만큼 실질적인 노동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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