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301조' 꺼낸 美…한국, '15% 관세 상한' 방어 총력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 카드를 공식화했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에 관세를 상한 없이 부과할 수 있고, 적용 가능한 산업 범위도 광범위해 강력한 무기로 여겨진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치가 쿠팡 제재 등 보복 관세 성격이 아닌 거시적 통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미가 합의했던 '관세율 15%' 상한선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USTR, 무역법 301조 조사 착수… '과잉생산·강제노동' 정조준


13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 중국, 베트남 등 16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의 표면적인 명분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제조업 부문 구조적 과잉 생산 및 생산과 관련된 행위'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불공정 조치에 맞서 관세를 부과하고 광범위한 보복 무역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강력한 법이다. 특히 이 법은 관세율 상한이 없고, 부당하다고 결론 난 품목뿐 아니라 다른 품목에도 광범위하게 제한을 가할 수 있다. 부과 기간은 4년이며 이해관계자가 요청할 경우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미 행정부가 조사 대상과 기간, 범위를 재량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USTR은 한국을 겨냥해 "크거나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 및 생산의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을 한국이 무역 흑자를 유지하는 분야로 지목했다.


韓 "상호관세 복원 취지" 분석… 15% 마지노선 지키기 주력


연합뉴스

무역 흑자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상 '관세 장벽'을 재구축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USTR이 각종 품목별 관세로 공백을 메우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일괄적인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지만, 150일 이후 미 의회의 연장이 없으면 효력을 잃게 된다.

우리 정부의 쿠팡 제재에 따른 보복 관세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국은 선을 긋고 있다. 실제로 301조 조사를 청원했던 쿠팡 측이 최근 청원을 공식 취소하면서 개별 기업 차원의 리스크는 해소된 상태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지난주 USTR 대표와 만나 협의할 때 쿠팡 관련 사안도 논의했다"며 "(쿠팡 사태는) 한국인 80%에 이르는 정보가 유출된 사안이고,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 중인데 301조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 향후 별도의 이유를 들어 301조를 추가로 활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디지털 규제 분야에 대한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USTR은 한국의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을 대표적인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한 바 있다. 미국이 301조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조사를 확대할 경우 한국에 대한 관세가 점차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관세율 15%'를 상한선으로 두고 이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통상 갈등 완화를 위한 '한미 통상 팩트시트'를 통해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반도체·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이 향후 301조를 통한 추가 관세 인상에 나서더라도 이 가이드라인을 넘지 않도록 협상력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여 본부장은 "한미 관계의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첫 번째 발걸음은 지난해 11월 14일 합의했던 내용을 지키고 이행하는 것"이라며 "한미 간 공식 합의된 관세율은 15%로, 이 균형이 유지될 수 있도록 USTR, 상무부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전날 국회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한 점을 강하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법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관세 재인상을 발표했지만 이후 속도감 있게 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반한 대미 투자 프로젝트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 본부장은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가 합의했던 내용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약속했던 대로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합의를 어기거나 다른 방향으로 나가는 국가들은 기존 관세로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으로도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