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내일 전격 시행…휘발유 출고가 1724원 상한(종합)

황진환 기자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국내 석유가격을 안정시키고 자원 수급 위기 시 가격 변동 폭을 완화하기 위해 보통휘발유 리터당 1724원으로 책정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오는 13일 0시부터 전격 시행한다.

이번 제도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정유사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하되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또 민생물가 특별관리 품목 23개를 지정해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4차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가격 동향과 시장 교란 행위 대응 방안을 논의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내일부터 1차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이는 전날 평균 공급가격보다 각각 휘발유 109원, 경유 218원, 등유 408원 낮은 수준이다. 적용 기간은 13일부터 26일까지 2주간이다.

최고가격은 '기준가격 X 변동률 + 제세금' 산식을 통해 산출했다. 정유사의 주간 단위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여기에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 비율을 곱한 뒤 교통·에너지·환경세(휘발유·경유), 개별소비세(등유), 부가세 등 세금을 더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을 2주마다 재설정할 방침이다. 가격 안정 효과와 유가 반영 시차, 정부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다. 이에 정부는 오는 27일 국내외 유가 상황을 반영해 최고가격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조정 시에는 1차 최고가격(제세금 제외)에 '직전 일정 기간 국제 제품 가격 상승률'을 곱하고 세금을 더해 산출한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 지표는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자료를 활용한다.

다만, 해상 운송으로 별도의 운송비용이 발생하는 섬 지역 등 특수지역은 5% 이내 범위에서 조정이 가능하고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조정주기를 변경할 수 있다. 이에 도서지역 등에 제공하는 석유제품은 휘발유 1743원, 경유 1732원, 등유 1339원으로 책정했다.

정부는 중동 사태 발생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오르는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수급 불안과 IEA 비축유 방출 결정 등으로 향후 가격 예측도 어렵다고 봤다.

류영주 기자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2월 말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90달러 내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재경부 강기룡 차관보는 "단기간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도가 넘게 상승한 부분에 대해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규정하는 제도를 기한을 정해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차관보는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유럽연합에는 이탈리아, 독일 등 가격 메커니즘에 개입하는 조치를 취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지금 상황은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도는 넘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정유사는 최고가격 적용으로 발생한 손실을 정부에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정유사가 공인 회계법인의 심사를 거쳐 정산을 요청하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최고액 정산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정산한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 지정으로 시중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석유사업법상 석유정제업자와 석유판매업자를 대상으로 매점매석을 금지하는 고시를 시행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석유정제업자는 휘발유·경유·등유 월간 반출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이상 반출해야 한다. 석유판매업자도 폭리를 목적으로 과다하게 구입하거나 보유할 수 없다. 석유정제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석유판매업자에게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하게 공급하는 행위, 석유판매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된다.

정부는 향후 국제유가 변동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차관보는 "단기 대책으로 최고가격을 기한을 정해 운영하고 이후 가격 변동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국제유가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오르면 유류세 인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류를 포함한 특별관리 품목 23개를 지정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품목별로 보면 △민생 핵심 먹거리 13종(돼지고기·냉동육류·계란·고등어·쌀·콩·마늘·수입과일·김·밀가루·전분당·식용유·가공식품) △민생 핵심 서비스 5종(석유류·아파트 관리비·집합건물 상가 관리비·통신비·암표) △민생 핵심 공산품 5종(인쇄용지·교복·생리용품·화장지 등 필수 생활용품·의약품) 등 총 23개다.

정부는 특별관리 품목별 소관 부처가 책임 있는 점검과 개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단속·점검 결과가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제도 개선과 구조 개혁 등 근본적인 물가 안정 장치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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