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2시간 시대? 마음만 급한 거래소, '현실의 벽' 부딪히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박종민 기자

한국거래소가 올해 초 새해 업무보고에서 주식 거래 12시간 시대를 열겠다며 '프리·애프터마켓' 6월 도입을 공언했다가 업계와 노조 등 반발에 부딪혀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언제부터 도입할 지 구체적인 시점도 확정하지 못했다.

거래소가 애초에 업계 여건 등을 간과하고 무리하게 추진을 밀어붙였단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 '12시간 거래' 연기 가닥, 시점은 '아직'

 
한국거래소는 당초 새해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오는 6월 29일 시작을 목표로 코스피‧코스닥시장에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시~8시)을 도입해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연장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내 업계와 노조의 현실적인 반발에 부딪혔고, 개시 시점은 최소 2달 이상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5일 거래소와 업계 간담회에서 우선 8월 이후로 연기를 검토하겠단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다만 거래소는 아직 정확한 일정을 정하지 못했고, 업계에 추가로 고지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시장복귀계좌(RIA) 개발 등으로 투자 여력과 인력이 한정적인 데다, 최근 잇따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 오류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인 증권사들은 거래 시간 연장에 따른 대규모 서버 증량과 인력 충원 등 현실적인 한계를 토로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버 과부하가 핵심이다. 최근 시장 거래량이 워낙 많아져 대형 증권사에서조차 기존 전산에 부담이 생기고 실제 오류도 나고 있는데, 시간까지 늘어나면 그러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 역시 거래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이어가는 등 연장 근거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지금 같은 시장 환경에선 프리마켓의 변동성이 정규장 변동성을 부추긴다. 자전거래 등에 관한 시장 감시 시스템도 부실하다"며 "대체거래소의 등장으로 점유율이 떨어진 데 따라 졸속 추진하는 거래 시간 연장이 '선진 금융'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했다.
 
거래소가 그간 이러한 연장안을 밀어붙였지만, 시한이 다가올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가 역할 나서야"…20일 국회서 관계자 간담회

연합뉴스

한국거래소는 그럼에도 아직 연기 여부와 시점에 관한 공식 결정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거래소와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프리·애프터마켓처럼 금융시장에 중요한 정책 결정에 있어서 금융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거래소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적 결정을 내리고, 그에 관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결국 금융위의 몫"이라며 "최근 여러 증권사는 물론 거래소에서조차 전산 오류가 발생한 상황에서 금융위는 12시간 거래 시간 연장에 관해 거래소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당 사안에 관해 금융위가 나서지 않고 있다"며 "거래소와 업계가 먼저 논의해 결정하되, 만약 조정을 요청해 오면 개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 거래소들은 연말까지 '거래 시간 24시간화'를 추진하는 상황인데, 그런 상황에서 경쟁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시작한 계획"이라며 "최근 한국 증시에 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거래 시간대를 늘리면서 시차가 큰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 시간 연장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6월 말 시행도 가능한 것으로 알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먼저 출발하는 건 프리·애프터마켓 파이를 뺏길 중소형 회사들에 가혹한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 준비 가능한 시점으로 조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0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금융위, 거래소, 노조, 증권사 등이 참여하는 '거래 시간 연장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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